갑작스런 감독 경질 사태 속에 분위기 수습이라는 중책을 안게 됐다.
한화가 28일 한대화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페넌트레이스 잔여 28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내린 의외의 결정이다. 당초 한대화 감독과 남은 시즌을 함께 하겠다고 선언한지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더욱 놀랍다. 28일 현재 39승64패2무 승률 3할7푼9리로 부동의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로서는 남은 시즌 분위기 수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 중책을 한용덕(47) 수석코치가 맡게 됐다. 한대화 감독 경질과 함께 한화 구단은 한용덕 수석코치에게 남은 시즌 감독대행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남은 28경기에서 침체된 선수단 분위기를 추스르고, 내년 시즌 희망을 발견해야 하는 중책을 안게 됐다. 자연스럽게 한용덕 감독대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965년생으로 천동초-충남중-천안북일고를 거친 한용덕 감독대행은 그러나 동아대 1학년 때 무릎 부상으로 중퇴하며 야구를 관뒀다. 이후 트럭 운전수로 일했지만 야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1987년 빙그레에 배팅볼 투수로 입단했다. 북일고 시절 은사였던 김영덕 감독이 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고, 연습생을 거쳐 1988년 정식 선수로 승격됐다.
1990년 시즌을 앞두고 일본 전지훈련에서 일본인 인스트럭트의 지도를 받은 뒤 A급 투수로 올라섰다. 특유의 슬라이더가 날카롭게 구사되며 위력을 떨쳤다. 1990년 13승을 올렸고, 1991년 17승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1993년 10승, 1994년 16승으로 꾸준히 활약했지만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에 그만 발목이 잡혔다. 가족 전체가 부상을 입은 이 교통사고로 한 감독대행은 왼 팔이 들리지 않았다.
교통사고 이후 전성기는 지났지만 한 감독대행은 포기하지 않았고, 2004년까지 17년간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통산 482경기에서 120승118패24세이브 평균자책점 3.54. 2080이닝을 던지며 삼진 1341개를 잡았다. 완봉 16경기, 완투 60경기. 역대통산 이닝 5위, 탈삼진 7위, 승수 11위, 완투 12위, 완봉승 공동 7위에 랭크돼 있다.
2005년 대전 개막 경기에 앞서 은퇴식을 갖고 스카우트로 변신한 한 감독대행은 2006년부터 투수코치로 자리잡았다. 이후 1~2군 그리고 재활군을 오르내리며 후진 양성에 힘 썼다. 올해는 지난 5월부터 수석코치로 승격돼 한대화 전 감독을 보좌했다. 온화한 성품과 포용력으로 선수들을 따뜻하게 품었다. 선수들의 몸을 누구보다 아끼는 마음이 강해 선수들의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지도자다.
한화는 남은 28경기에서 분위기 수습과 함께 내년 시즌 희망을 찾는 게 중요하다. 감독 경질로 시즌 성적을 포기하며 리빌딩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명투수 출신으로 합리적인 운용을 기반으로 할 한용덕 감독대행이 특유의 온화함으로 선수단을 추스르고 팀 리빌딩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