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강동원 같은 무게감 갖고 싶다”[인터뷰]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12.08.28 10: 39

여배우도 울고 갈 우윳빛깔 피부와 모델 출신다운 큰 키와 완벽한 비율을 뽐내는 이종석은 여성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꽃미남’ 배우다. ‘시크릿 가든’에서 오스카(윤상현 분)를 마음에 품어 안타까운 외사랑을 하던 썬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에서는 까칠한 매력을 폭발시키며 ‘뿌잉뿌잉’ 종석이라는 애칭을 얻었고, 영화 ‘코리아’에서는 여린 외모 속에 강인한 내면을 감추고 있는 ‘외유내강’ 북한 탁구 국가대표 최경섭으로 분해 마초적인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알투비:리턴투 베이스’(이하 알투비)는 그의 ‘꽃미남’ 외모를 100% 활용하는 영화다. 비행 훈련 때마다 기절하는 지석현은 어리바리한 성격에 시키는 것만 할 줄 아는 신참 조종사. ‘알투비’의 김동원 감독은 그에게 대본 리딩도 시켜보지 않은 채 “바보 같고 여리여리한 게 딱 석현”이라며 이종석을 캐스팅했을 정도다.
‘알투비’는 이종석의 첫 영화였고 그래서 의미도 남달랐다. ‘시크릿 가든’으로 막 얼굴을 알렸을 무렵 이종석은 ‘알투비’를 택했고, 영화는 1년이 넘는 후반작업 기간을 거쳐 지난 14일 개봉해 이종석의 두 번째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개봉은 ‘코리아’가 먼저 했지만 촬영은 ‘알투비’가 빨랐던 셈.

‘알투비’는 하늘에 인생을 건 21 전투비행단 소속 파일럿들이 위기에 빠진 한반도를 구하기 위해 펼치는 비공식 작전을 그리는 고공액션드라마로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전투기 추격신이 볼만하다는 평가다. 반면 다소 빈약한 스토리와 평면적인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던 것도 사실. 이종석은 ‘알투비’ 이후로 한국영화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영화에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첫 영화로 ‘알투비’를 택한 이유는?
▲ 편집이 좀 많이 되긴 했지만 석현은 가진 게 많은 캐릭터였다. 미국에 입양돼 갔다가 한국에 와서 군인이 됐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어머니에 대한 아픔이 있고, 레스큐팀 민호(정석원 분)와 진한 우정도 나눈다. 나중에는 혼자 고립돼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동료들이 다 석현을 구하러 온다. 처음엔 어리바리하지만 극 후반부에서는 남자답고 군인다워지는 캐릭터다. 시나리오 상에서는 그랬다.(웃음)
-석현 분량이 많이 편집된 것이 서운하지는 않나?
▲ 서운하지 않다. 괜찮다. 이 영화를 찍으며 참 많이 성장했다. 제일 중요한건 ‘이런 게 동료구나’라고 느껴지는 동료들, 선배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촬영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알투비’ 단체 카톡방은 메시지로 가득 찬다. 메시지 때문에 아침에 잠에서 깰 정도다. 일어나보면 메시지가 80개, 100개씩 와있다. 특히 (신)세경이하고 감독님, (정)석원이 형이 얘기를 많이 한다. 나는 주로 ‘ㅋㅋㅋ’라고 답한다.
-정석원과의 키스신이 편집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 그게 첫 촬영이었고 첫 신이었다. 극중 석현이 술을 먹고 취해서 옆 테이블에 있는 레스큐팀에게 꼬장을 부리며 시비를 걸다가 레스큐팀 소속 최민호(정석원 분)와 뽀뽀를 하게 되는 신이었다. 근데 아예 신이 통째로 날아갔더라.(웃음) 그래도 첫 촬영이라 기억에는 많이 남는다.
-왜 석현 역에 캐스팅 된 것 같나?
▲ 감독님이랑 처음 미팅을 했을 때 감독님은 대본 리딩도 안 시켜보시고 날 캐스팅했다. 나중에 이유를 여쭤봤더니 ‘바보 같고 여리여리한 게 딱 석현 같았다’고 하시더라. 칭찬인지 욕인지.(웃음) 촬영할 때도 특별한 주문이 없으셨다. 그냥 너같이 하라고 하셨다. 재밌게 찍었다.
 
-실제 군부대에서 촬영이 진행됐다고 들었다. 분위기는 어땠나?
▲ 일단 군 미필자가 저밖에 없었고, 촬영 당시 나는 ‘시크릿 가든’ 한 편을 끝낸 신인이었기 때문에 그냥 구석에 찌그러져 있었다.(웃음) 특히 (유)준상 선배는 군인 정신을 많이 주입해주셨다. 말투부터 ‘그랬는데요~’에서 ‘그랬습니다’로 고치라고 하시더라. 준상선배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준상 선배가 연기도 정말 많이 봐주셨다. 내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좀 힘들어 하는데, ‘너의 병을 고쳐주시겠다’며 무대인사 할 때도 제가 말 한마디 더하게 해주시고, 인터뷰 할 때도 제 이야기를 더 해주셨다. 처음으로 선배한테 가르침을 받는 느낌이 들었고, 선배의 따뜻함이 이런 거구나를 느꼈다.
-실제 유준상은 어떤가?
▲ 남성적이실 줄 알았는데 같이 훈련받으면서 이미지가 깨졌다. 기절을 두 번 하셔서.(웃음) 너무 좋은 선배다. 장난도 많이 치시고 4차원 같기도 하고 어쩔 때보면 너무 진지하다. 얼마 전엔 작곡하신 노래도 들려주셨다. 실제로도 ‘넝쿨째 굴러온 당신’ 속 완벽남 이미지가 있다. 참 멋있는 사람이다.
-‘코리아’와 ‘알투비’에서 조연을 맡았다. 단독주연작도 욕심 나지 않나?
▲ 스스로 ‘배우 이종석입니다’라고 인사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내 스스로가 단단해 지고 쌓여서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주연도 맡겠지 하는 생각이다. 지훈이형을 보면서 느낀 건데 주연배우로서 극을 끌어간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단막극 KBS 드라마스페셜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서는 주연을 맡았는데?
▲ 이미 촬영을 마쳤다. ‘알투비’, ‘하이킥’, ‘코리아’까지 세 작품을 연달아 해서 지쳐 있던 중 잠시 3개월을 쉬고 단만극 촬영을 했다. 그런데 고작 3개월 쉬었다고 내가 연기를 어떻게 해왔는지 까먹었더라. 스스로 연기하는 게 너무 어색했다. 작품을 쉬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주연은 한 시간 짜리 극을 찍어도 힘들더라.(웃음)
 
-비(정지훈)를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 왔다고 했는데 함께 연기해 본 소감은 어떤가?
▲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이 사람(비) 눈을 보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가슴 벅찼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내가 하고 있긴 하구나’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정)지훈이 형은 무슨 연기든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서 한 번에 해낸다. 함께 연기를 하면서 ‘내가 내공이 부족하구나’도 많이 느꼈다. 사실 중학생 시절부터 지훈이 형은 내 동경의 대상이었다. 드라마 ‘풀하우스’를 너무 재밌게 봤다. 제가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먹기까지 너무나 큰 영향력을 준 사람이 두 분 계신데, 바로 지훈이 형과 강동원 선배다.
-강동원을 동경하게 된 계기는?
▲ 당시 ‘풀하우스’와 더불어 강동원 선배가 출연하신 영화 ‘늑대의 유혹’이 난리였다. 어린 마음에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보다는 ‘저 사람들이 너무 멋있는데 나도 저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동경이 컸다. 그래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강동원 선배를 아직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언젠간 만날 것이라 믿고 있다.(웃음)
-강동원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 내 롤모델이 강동원 선배다. 강동원 선배를 보며 ‘나도 저렇게 해야지’라고 자연스레 따라가게 된 것 같다. 제가 어렸을 때보던 강동원 선배가 지금의 제 나이였을 거다. 그런데 강동원 선배가 24-25살 때 하신 작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저의 무게감은 전혀 다르다. 강동원 선배는 잘생기시고 샤방샤방한 이미지를 갖고 계시지만, 동시에 남자답고 멋진 배우의 느낌이 난다. 반면 내가 나 스스로를 보면 그냥 아이돌 같다. 강동원 선배는 묵직한 느낌인데 왜 나는 어렸을 때 내가 동경하던 선배 나이가 됐는데도 그 무게감을 낼 수가 없는가에 대한 고민이 좀 있다.
-무게감에는 유행어 ‘뿌잉뿌잉’의 영향도 좀 큰 것 같은데
▲ 맞다. ‘뿌잉뿌잉’,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호도 아니고 ‘백범’ 김구처럼 항상 이름 앞에 ‘뿌잉뿌잉’이 붙으니까 이게 정말 세긴 셌구나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이제 ‘하이킥’이 끝난 지도 반년이 넘었다. (새로운 수식어를 원하는 게 있나?) 그건 차차 생각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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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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