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때가 있는 법이다.
한화는 지난 2년 동안 8위와 6위를 했다. 작년 FA 송신영과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데려와 투수를 보강했다. 지바 롯데를 떠난 4번타자 김태균도 잡았다. 투수력과 타선을 보강했지만 한화를 우승후보로 구분한 야구인들은 없었다. 한화의 기본 전력을 감안하면 순위가 급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구단 프런트는 우승을 이야기했다. 한대화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구단의 눈높이와 팀의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감독은 그떄부터 한숨만 쉬고 다녔다. 이같은 분위기는 선수들도 알았다. 오죽했으면 선수들이 "올해 목표는 감독님의 재계약이다"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을까.

시즌이 시작되고 성적이 바닥으로 추락하자 프런트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수석코치 교체 등 세 번에 걸친 코치 교체로 선수단을 압박했다. 외국인 선수는 제대로 뽑지 못했다. 용병 교체시기도 놓쳐 허송세월을 보냈다. 한 감독이 "(새로운 용병은)도대체 언제 데려오느냐"고 항의했다.
한대화 감독은 할 말이 없다. 성적이 낙제점이었다. 그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전반기 종료 시점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체로 그 시점에서 이별을 선택하고 대행체제를 꾸려 다음 시즌을 준비하곤 한다.
그러나 한화는 달랐다. 사장이 직접 나서 "끝까지 한대화 체제로 가겠다"고 공언했다. 한 감독은 시즌을 마치고 부진한 성적표를 안고 팀을 떠나겠지만 그래도 3년 임기를 보장받은 감독이었다. 한화는 깔끔한 이별을 택한 듯 보였다. 역시 '신용과 의리'의 한화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즌 마감을 한 달 남겨놓고 돌연 경질했다. 야구인들은 경악했다. 물론 말못할 저간의 사정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다면 한화 프런트의 럭비공 행보에 가장 큰 상처를 입은 것은 누구일까. 그것은 한대화 감독이 아니라 한화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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