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대화 감독 떠나는 날까지 지켜주지 못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28 19: 11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한화 구단은 감독을 지키지 못했다.
28일 대전구장. 이날 새벽 한대화(52) 감독의 전격 퇴진이 알려지고 공식 발표가 이어졌다. 한 감독은 3년간 정을 나눈 선수들과 마지막으로 인사하고자 대전구장을 찾았다. 감독실의 짐을 빼고, 선수단과 짧은 인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한화는 마지막까지 배려를 하지 못했다. 최소한의 도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한 감독은 이날 오후 2시쯤 경기장을 찾을 계획이었다. 문제는 일찌감치 경기장 입구에 취재진이 진을 쳐놓았고, 한 감독이 무방비로 노출됐다는데 있다. 사전에 경기장 도착 시간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한 감독은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짐 빼며 돌아갈 수 있었다. 대다수 퇴진 감독들은 은막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게 관례다.

그러나, 한 감독은 달랐다. 무방비로 도착 시간과 통로가 노출됐고,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정면으로 받아야 했다. 퇴진 당한 감독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사복으로 경기장에 도착한 한 감독은 입을 닫은 채 굳게 라커룸 안으로 들어갔다. 한 감독도 예상치 못한 플레시 세례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감독은 브리핑실에서 선수들에게 "나는 괜찮다. 하지만 너희들은 앞으로 야구할 날이 많이 남았다. 특히 야수들은 더 열심히 하고, 남은 시즌 마무리를 잘 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후 감독실에서 짐을 정리하던 중 잠깐 나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짧게 변을 밝혔다. 그는 "팬들께 죄송하다.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고 했다.
이어 취재진의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지려는 찰나 한 감독은 웃는 낯으로 "자, 이제 됐습니다"며 양해를 구한 뒤 다시 라커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감독실에 있던 한 감독의 짐이 빠져나갔다. 대형 가방 3개와 코칭스태프들이 함께 찍은 사진 액자 그리고 한 감독이 아끼는 방망이가 구단 직원들의 손에 의해 급하게 옮겨졌다.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장면이었다.
한화는 경질설이 한참 불거지전 7월초 한 감독과 시즌 마지막까지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즌 28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갑자기 '경질'했다. 뒤늦게 '자진 사퇴'라고 둘러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런데 한 감독이 감독으로서 마지막이 된 날마저 지켜주지 못했다. 퇴진당한 감독이 카메라 앞에서 플래시 세례받고, 방송 인터뷰를 해야 했다. 3년간 고락을 함께 한 감독에 대한 예우가 이뤄지지 않은 마지막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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