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하는 감독 뿐만 아니라 감독대행도 희생양이다".
어느 야구인이 한 말은 시즌 중 감독 퇴진의 위험성을 그대로 나타낸다. 팀의 수장 감독이 물러난다는 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시즌 포기를 의미한다. 떠난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게 되는 감독대행은 '시한부' 역할이다. 경우에 따라 정식 감독으로 승격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게 많다. 역대 36차례 감독대행 중 정식감독이 된 건 11차례로 30.6%. 후임 감독이 들어오면 자리에서 물러나 팀을 떠나야 할지도 모를 리스크가 있다.
한화는 페넌트레이스 잔여 28경기 남겨둔 시점에서 한대화 감독을 전격 퇴진시켰다. 한대화 감독은 이미 전반기 막판에 '자진사퇴' 의사를 내비쳤지만 구단의 만류 속에 남은 남은 시즌 완주를 다짐했다. 본인의 안위만 생각한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 감독대행이 되면 고스란히 그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감독들이 가슴 속에 사표를 품고 다니지만 꺼내들지 못하는 이유다.

한 감독의 퇴진과 함께 갑작스럽게 지휘봉 잡게 된 한용덕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데뷔 첫 날도 그랬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나는 할 말이 없다. 나도 잘한 게 없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감독님을 끝까지 잘 모셔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여러 말 하고 싶지 않고 그저 죄송할 따름"이라며 고개 숙인 채 조심스러워했다.
한 감독대행은 덕아웃에 앉아 있는 것도 부담스러워했다. 그럴 만했다. 갑자기 통보를 받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첫 날부터 많은 말을 하면 전임 감독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 한 감독대행은 "경기 전에 덕아웃 앉아있는 건 처음이라 어색하다. 늘 하던 일을 하겠다"며 양해를 구하고 펑고 배트를 든 채 배팅케이지 근처에서 선수들을 지켜봤다.
잔여 28경기를 남겨두고 최하위 자리가 굳어진 시점에서 한 감독대행이 청사진을 펼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감독대행은 "앞으로도 야구는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무장을 잘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하겠다.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야 팬들도 응원을 하고 내년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원론적인 말을 했다.
그만큼 감독대행이란 자리는 좌불안석이다. '대행'이라는 꼬리표 붙어있지만 한 팀의 수장이 되는 기쁨보다 전임 감독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풍비박산 난 팀을 추스러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크다. 시즌 이후 불투명한 거취는 더욱 머리를 아프게 한다. 감독대행의 역할을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들이다.
주변의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2006년 LG에서 감독대행을 맡은 양승호 롯데 감독은 "처음에는 선수들을 자유스럽게 풀어준다. 아무래도 분위기를 끌어올려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씩 승리하면 은근히 욕심이 생긴다. 감독대행으로 정식감독을 하고 싶은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래서 투수를 당겨쓰는 등 무리수를 둔다. 그러면 선수들이 '감독이 욕심 있다'고 느끼면 팀이 이상하게 된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임시직이라는 위치를 선수들도 잘 안다. 그래서 대행이 힘든 것이다"고 말했다.
때문에 구단에서도 시즌 중 감독 퇴진은 중대하게 고심한 뒤 결정해야 할 일이다. 희생양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화 구단에서는 "더 잘해보려고 결정한 일"이라고 했다. 28경기밖에 안 남았지만 구단은 감독대행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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