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행, "감독님 꾸지람, 이제와 생각해보니 죄송"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29 06: 29

"이렇게 갑자기 가시게 될 줄은…".
한화 외야수 최진행(27)은 지난 28일 오전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대화(52) 감독의 퇴진 소식을 뒤늦게 접한 것이다. 이날 새벽 일찌감치 언론을 통해 전해진 한 감독의 갑작스런 소식을 최진행은 새카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 순간 온갖 복잡 미묘한 감정이 가슴 속을 후벼팠다. 이내 그의 마음은 '죄송함'으로 가득 찼다.
최진행은 "조금 늦게 소식을 접했다. 감독님께서 이렇게 갑자기 가시게 될 줄은 몰랐다"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 만했다. 한대화 감독은 부임 첫 해부터 최진행을 차세대 거포로 점찍고 중심타자로 붙박이 기용했다. 이전까지 최진행은 신인 시절 잠깐 반짝한 것을 제외하면 만년 2군 선수였다. 한 감독은 부임과 함께 최진행이 그토록 목말라했던 '관심'과 '믿음'을 줬다.

한 감독은 "김태균·이범호가 모두 일본으로 간 상황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최진행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르지만, 한 감독은 풀타임 시즌 초반 최진행이 부진할 때도 믿고 기다려줬다. 풀타임 주전 첫 해였던 2010년의 최진행은 32홈런을 터뜨리며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오랜 기간 2군 생활을 뒤로 하고 거포로서 잠재력을 폭발시킨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 감독은 그에게 유독 엄했다. 2년차 때부터 잔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최진행이 눈앞에 보이기라도 하면 쓴소리를 쏟아냈다. "아직 한참 멀었다", "4번타자답지 못하다", "변화구에 너무 약하다", "마음이 그렇게 약해서 어쩌나", "낭떠러지 떨어지듯 슬럼프를 겪는다"며 틈날 때마다 지적하고 또 지적했다. 한대화 감독의 별명 '야왕'을 두고 '야지왕'이라고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최진행도 한 때는 질책만 하는 한 감독이 미울 때가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감독님께서 꾸지람을 너무 많이 하셔서 속도 많이 상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는 "감독님이 그만큼 나한테 관심이 많고,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모질게 하시지 않았겠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진행은 "2010년부터 감독님께서 많은 기회를 주셨다. 그 덕분에 지금 이 정도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감독님이 원하시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 꾸지람을 많이 하신 것도 전부 다 나 잘 되라고 그러신 것인데…"라며 말끝을 쉽게 잇지 못한 채 침통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 감독을 위해서라도 남은 시즌 그리고 앞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진행은 "비록 감독님이 떠나셨지만 우리 선수들은 내년에도 내후년도 계속 야구를 해야 한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게 감독님에 대한 도리"라고 힘줘 말했다. 최진행이 성장통을 극복할 때 한 감독도 어디선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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