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비주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리얼함과 디테일함이 동시에 살아있는 장면들 속 숨은 공신을 공개했다.
살신성인 디테일, 이태훈 미술 감독
세종 즉위 3개월 전의 숨은 이야기를 참신하고 발칙하게 그려낸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절반 이상의 이야기가 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만큼 화려하고 웅장한 세트들이 눈에 띈다. 그 1등 공신은 영화 '이끼'로 제47회 대종상 영화제 미술상을 수상한 이태훈 미술 감독. 그는 각종 문헌과 자료 조사를 통해 최대한 고증에 충실한 공간을 그려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각 인물의 특징을 나타내는 소품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디테일을 살렸다.

특히 충녕(주지훈 분)의 처소에는 책을 쌓아놓은 모양의 '책가' 병풍을 놓아 다방면에서 뛰어난 지식을 지닌 충녕을 표현했으며, 태종(박영규 분)의 처소에는 왕실과 나라의 무궁함을 기원한다는 뜻이 내포된 '일월오악도' 병풍을 사용해 고풍스럽고 위엄 넘치는 왕의 모습을 표현해냈다.
이 외에도 이태훈 미술 감독은 매화틀과 욕청 등 기존의 사극에서 보기 드문 공간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특히 덕칠(주지훈 분)이 궁에 들어와 처음 목욕을 하는 장면을 위해서는 지우개와 스티로폼은 물론 실제 사람의 때가 동원됐을 정도로 리얼함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같이 소소한 장면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이태훈 미술 감독표 미술에 장규성 감독은 "그 어떤 사극보다 자신 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내 최초 음식 감독 김수진 원장 손에서 탄생한 군침 도는 음식들!
김수진 원장은 영화 '왕의 남자', '식객:김치전쟁', '쌍화점', '방자전', '미인도' 등 다수의 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음식감독이자 한국음식 연구가다. 영화 속에서 호위무사 황구(김수로 분)가 덕칠의 입에 넣어주는 너비아니, 각종 나물을 넣고 바가지 채 먹는 비빔밥,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은 모두 그녀의 손에서 탄생한 것.
김수진 원장의 음식들은 외형 뿐 아니라, 맛까지 신경 써서 준비하는 만큼 실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입 맛까지 사로잡았다. 주지훈은 "이렇게 맛있는 나물은 처음이다. 맛있다. 아주 맛있다"라며 오케이 사인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음식을 말끔하게 비웠다는 후문.
김수진 원장은 그 한 장면을 위해 몇 십 인분의 예비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배우가 연기하기 편할 정도의 온도까지 고려하는 등 세심함을 곁들였다. 영화 속 음식에 쓰이는 재료 또한 국산만을 고집한다. 국산이 영양도 좋고 맛도 좋고 보기에도 예쁘다는 것이 그녀의 철학. 적재적소에 배치된 디테일한 미술 소품과 음식의 숨은 의미는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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