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균이 '이웃사람'으로 '소포모어 징크스'(성공적인 첫 작품·활동에 비해 그에 이은 작품이나 활동이 부진한 경우)를 깼다. 그가 출연한 영화 '이웃사람'은 강풀 원작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될 조짐이며 김성균 역시 이번 영화에서 새로운 살인마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김성균은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하정우의 오른팔 박창우 역할로 단 번에 대중의 뇌리에 본인을 각인시켰다. 찰랑거리는 복고 단발머리로 선 굵은 마초적 매력을 발산하던 그는 충무로 블루칩으로 급부상한 상태에서 차기작으로 '이웃사람'을 선택,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가 '이웃사람'에서 맡은 역할은 극중 101호에 혼자 살고 있는 원양어선 선원 승혁이다. 이미 원작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특별한 스포일러가 될 수 없었던 살인마 역. 며칠은 안 씻은 듯한 꾀죄죄한 멀굴과 섬뜩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비굴한 눈빛, 간담 서늘한 분위기로 관객들을 숨 조이게 만드는 그는 이 영화를 '공포' 스릴러로 만든 일등공신이 됐다.

보통 지독한 악역(이 경우는 살인마)은 배우, 특히 남자 연기자들이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어하는 것으로 일부러 아껴 두었다가 나중에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김성균은 단 두 번째 작품에서 필모그래피에 주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살인마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이에 대해 "한 번은 꼭 하고 싶었는데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고싶다, 잘 해내야지'란 의욕이 있었는데 잘못하면 길에서 돌 맞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들더라. 또 애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걱정도 됐다"라고 소감을 들려줬다.
김성균이 성공한 점 중 한 가지는 그간의 모습과는 다른 살인마의 모습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영화에서 '연쇄 살인마' 연기에 새로운 이정표가 된 하정우가 피도 눈물도 없는, 감정이 메마른 시크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면 김성균은 섬뜩한 포스를 풍기지만 균열이 있는 살인마를 만들어냈다.

승혁은 어딘지 모르게 '귀차니즘'에 시달리며 원치 않는 살인을 해야하는 상황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건달하게 맞기도 하고 은근히 겁도 많다. 생각해보면 제목처럼 '정말 어쩌면 우리 주변에 살 수도 있는' 그런 악인을 만들어냈다.
스스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건달한테 맞는 살인범' 연기에 그는 "한없이 나약하게 만드는 캐릭터로 의도는 했는데, 그래도 살인범인데 관객들이 기대하는 살인범이 있을텐데 '그걸 너무 벗어났나?'란 걱정이 들긴 하더라"고 솔직하게 고민한 부분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이번 작품을 통해 '김성균은 거품이 아니었다'란 평도 지배적이다. 김성균은 "첫 작품은 뭣도 모르고 마냥 신나서 칠렐레 팔렐레 했는데 두 번째에서는 본격적으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많이 되더라. '처음에는 잘하는 줄 알았는데 거품이었네'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연기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김성균이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너무 힘이 들어 걱정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이 촬영을 마쳤다고도 전했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