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강남 스타일'의 오빠 아닌 아빠, 싸이가 K-POP 한류 열기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한 국내 가요관계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12년, 이제 싸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월드스타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아이튠즈 뮤직비디오차트 1위를 차지한데 이어 그 음원차트에서도 연일 상승세다. CNN과 CBS 등 콧대 세기로 유명한 미국의 주류 방송들을 비롯한 세계 언론이 앞다퉈 싸이 취재에 나섰다. 왜 갑자기 지구촌에 싸이 열풍이 분걸까.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싸이의 소속사 YG가 일찍부터 인터넷 마케팅에 공을 들였던 데서 찾을 수 있다.YG 양현석 대표는 소속 가수들의 새 앨범 발표 때마다 뮤직 비디오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앨범 하나에 타이틀곡을 여러 개 내세워 뮤비 서너편을 찍기 시작한 것도 YG가 처음이다. 편당 제작비는 수 억원을 훌쩍 넘어선지 오래고 작품 완성도를 위한 노력과 투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뮤직 비디오는 바로 유투브 등을 통해 아시아를 시작으로 미주를 거쳐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까지 지구촌 곳곳으로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어! 이 노래 아주 괜찮은걸.." "뭐 이런 기발한 춤도 있었나?" "뮤비가 아니고 영화 수준이네" 등등 글로벌 네티즌의 반응은 빠르고 정확하다. 각각의 뮤비에는 세계 각국 언어로 쓰인 댓글들이 줄을 잇고 K-POP에 대한 찬사가 쏟아진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도 이런 수순을 밟았다. YG는 이미 빅뱅과 2NE1 등 소속 가수들을 SNS 월드스타로 만들며 충분한 노하우를 쌓았고 싸이는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물론 싸이만의 특색과 장기가 한껏 발휘된 '강남 스타일' 자체가 뛰어났기에 파급력이 메가톤급으로 커졌지만 YG의 오랜 인터넷 마케팅 투자 역시 한 몫을 단단히 한 게 사실이다.
특히 양 대표는 올해 싸이 신드롬의 숨은 공로자다. 절친한 후배 싸이와 계약한 그는 올해 "원래 너의 모습, 싸이(코)로 돌아가라"는 충고와 독려로 '강남 스타일' 탄생을 이끌었다. 그리고 '챔피언' 이후 10여년만에 국내 가요계 정상을 휩쓸거 있던 싸이를 SNS 로케트에 태워 세계 무대로 밀었다.
그 결과, ‘강남스타일’ 공식 뮤비는 공개 41일 만인 8월 24일 유투브 5천만 조회수를 돌파하더니 그 이틀 뒤에 6천만을 돌파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다. 싸이는 유투브 조횟수에서 한국 가수로는 물론이고 월드 클래스에서도 갖가지 최단기록을 쏟아내며 고공 비행을 계속하는 중이다.
올해 한국 가수들의 유투브 뮤비 조횟수 기록을 살펴보면 YG 가수들은 1위 싸이 '강남 스타일'를 비롯해 빅뱅, 2NE1 등의 곡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여기에 9월1일 솔로로 컴백하는 지드래곤의 신곡들이 벌써부터 1천만 조횟수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현실을 감안할 때, 10위 안에 7~8개가 YG 곡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양 대표가 처음 세계 시장을 목표로 아이튠즈와 유투브 등 인터넷 사이트 공략에 골머리를 앓을 때는 YG 내부에서조차 반대 여론이 높았다. "국내 방송들에 온 신경을 쏟아야 YG 가수와 노래들이 뜬다"는 기존 국내 가요계 성공 공식을 반이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양 대표는 이같은 매너리즘을 깨뜨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밀고나가 결국 결실을 이룬 셈이 됐다. 빅뱅과 2NE1이 단 한 번도 공식 프로모션을 하지않은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 국내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것도 양 대표 말에 따르면 "다 인터넷 덕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 양 대표는 "방송사 가요프로에서 10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것보다 인터넷 음원 차트에서 10일 연속 1위를 기록하는 게 훨씬 중요하고 값진 일"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가수와 노래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가요 팬들의 몫이고 그 공정한 평가는 음원차트에서 결과로 나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양 대표가 인터넷에 목을 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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