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관객을 넘게 동원하며 한국영화사에 신기록을 쓰고 있는 영화 '도둑들'에 이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웃사람'까지. 한국영화에서 집단 주연작의 흥행 돌풍이 거센 요즘이다. '멀티 캐스팅(Multicasting)'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그 수가 많아질 전망. 'OO판 어벤져스'라고 우스갯 소리로 불릴 정도로 각개전투에서도 지지 않을 톱배우들이 함께 앙상블을 맞춘다.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집단'으로 관객들을 공략하는 영화들을 보면 '이런 캐스팅이 어떻게 가능했을까?'란 호기심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 '점쟁이들'- '대세'들의 재기발랄한 만남
이제훈, 곽도원, 김수로가 뭉쳤다. 이제훈은 지난 해 영화 '파수꾼', '고지전'을 통해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후 상반기 '건축학개론'으로 4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흥행 배우. 스타성과 연기력을 둘 다 갖춘 것이 장점이다. 곽도원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드라마 '유령'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 받은 것에 더해 대중에 널리 얼굴을 알렸고, 김수로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으로 '대세'가 됐다.

이들이 한 자리에 만난 작품은 '시실리 2km', '차우' 등 개성 넘치는 장르영화를 선보여온 신정원 감독의 신작 '점쟁이들'. 미스터리한 사건이 되풀이되는 신들린 마을 울진리를 무대로 사건 해결을 위해 모인 각양각색 점쟁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코믹 호러로 신정원 감독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이제훈의 코믹 변신도 볼 수 있다고 한다.
◇ '관상'- 천만 배우가 세 명이나
영화 '관상'은 송강호를 필두로 이정재, 김혜수,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등이 주요 캐스팅을 확정지었다.
'관상'은 조선 초기를 배경으로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권력다툼이 팽배한 시기를 배경으로 몰락한 양반의 자제로 조선 최고 관상가 이야기를 담는 영화로 지난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동혁 작가의 작품이다. 이미 조선판 '놈놈놈'이라 불리며 '도둑들' 못지 않은 초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9월부터 본격 촬영에 들어간다.
송강호는 극중 얼굴만 봐도 한 사람의 흥망성쇠를 맞추는 조선 최고 관상가 역할을 맡았다. '천만 배우' 프리미엄을 얻은 이정재는 수양대군 역을, 백윤식은 김종서 역을, 김혜수는 산골에서 유유자적하던 송강호를 한양으로 데려와 사건의 중심에 서게 하는 기생 연홍을 연기한다. '건축학개론'과 '더킹투더하츠'로 스타덤에 오른 조정석은 송강호의 처남 역을, '알투비:리턴투 베이스'의 이종석은 송강호의 아들 역을 맡는다.

◇ '신세계' - 연기신들의 잔치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 배우들이라고 할 수 있는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가 느와르 영화 '신세계'에서 만났다. 이름에서부터 무게가 다르다. 배우 이름 하나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이는 작품이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로 명불허전임을 다시한 번 증명한 최민식과 장르 불문 대체 불가 배우 황정민, 개성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이정재가 서로 다른 강렬한 개성으로 조화를 이룰 예정. 이정재는 국내 최대 범죄조직에 잠입한 형사, 최민식은 이정재를 잠입시켜 조직의 목을 조이는 형사, 황정민은 이정재가 형사임을 모른 채 그를 형제처럼 아끼는 조직의 2인자를 연기하며 의리와 배신, 음모가 교차하는 느와르 액션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정재는 최민식과 황정민을 두고 "연기하는 것만 봐도 (너무 잘해) 무섭다"라고 표편했다.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 '타워' - 재난 블록버스터 집단 주연
연말 개봉하는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에는 배우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김인권 등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타워'는 화재를 소재로 한 재난 영화다. 서울 도심 초고층 빌딩에서 벌어진 대형 화재, 그 거대한 불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100억원대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재난 속에서 벌어지는 감동과 사랑을 담아냈다.
영화 '실미도', '해운대'로 두 번이나 1000만 흥행을 달성한 설경구가 불길잡는데 선수이자 인명구조라는 사명감으로 누구보다 먼저 화재진압에 나서는 소방관으로 분해 단단히 중심을 잡아주고,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손예진, 항상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김인권,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오는 김상경 등이 앙상블을 이룰 예정이다.

◇ 베를린- 스크린 주역들 한 자리
하정우, 류승범, 한석규, 전지현의 조화는 어떤 모습일까. 이들은 영화 '베를린'에서 함께 만났다.
'베를린'은 베를린을 배경을 예상치 못한 음모에 휘말리게 된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사투를 그린 첩보액션드라마. 영화 '부당거래'의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한국, 독일, 라트비아를 오가는 대장정을 거쳤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와 '러브픽션'으로 상반기 최고 주가를 올린 하정우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북한에서 버림받은 남파 공작원 역을, 수많은 마니아팬을 거느린 류승범이 이런 하정우를 감시하기 위해 베를린에 파견된 냉혈한 북한 측 요원으로 분하고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로 지난 해 연기대상을 수상한 한석규는 하정우를 뒤쫓는 남한 국정원 요원을 맡았다. 전지현은 남편 하정우에게도 내면을 드러내지 않는 비밀스런 여자로 북한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로 등장한다. 이처럼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날선 대립각을 세우는 첩보 액션영화는 또 한편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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