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만 버티자는 생각 뿐이었다.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
2012년 8월 29일, 문학구장의 영웅은 롯데 자이언츠 우완 이정민(33)이었다. 이정민은 8이닝 1실점 호투를 벌이면서 팀의 10-1 승리를 이끌었다. 2010년 4월 4일 광주 KIA전 이후 878일만에 승리투수가 됐고 선발승은 2003년 10월 2일 대구 삼성전 이후 무려 3254일 만이었다.
28일 문학 SK전 선발로 예고됐던 이정민은 태풍으로 경기가 연기되며 등판 기회가 무산되나 싶었다. 하지만 양 감독은 29일 선발로 그대로 이정민을 내보냈다. "이정민도 베테랑 선수 아닌가. 자기가 5이닝을 책임지고 싶다는 말을 한 걸로 안다. 그렇게 책임감을 보여 줬으니 믿고 내보낼 것"이라는 게 양 감독의 말이었다.

이정민은 이날 경기에서 8이닝 9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보답했다. 팀의 10-1 완승, 2위를 지켜낸 값진 호투였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완벽한 투구였다. 직구 최고구속은 148km까지 나왔고, 직구 비중을 70% 이상 가져가는 등 힘을 앞세운 피칭을 했다. 호투를 가능하게 했던 건 완벽한 제구력이었다. 한 가운데 몰린 공이 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이정민은 완벽한 코너워크를 선보였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 과감한 몸쪽 승부가 돋보였다. 4회 2사 1루에서 박정권을 상대로 몸쪽 스트라이크를 꽂아 루킹 삼진을 이끌어 내더니 5회에는 1사 1루에서 박재상을 같은 코스의 직구로 다시 돌려세웠다. 여기에 위기관리도 뛰어났다. 3회 무사 1루, 6회 1사 1루, 8회 무사 1루에서 3번이나 병살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정민은 "승리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5회만 버틴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5회 엉덩이를 맞고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뻐했다. 또한 "보너스라는 생각으로 나머지 이닝을 책임졌다"고 말했다.
28일 경기가 태풍으로 연기되자 이정민의 선발 등판도 바람에 날아가나 싶었다. 때문에 이정민은 "또 선발이 밀리겠다는 생각으로 크게 준비한 건 없었다. 평소와 다를 건 크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호투의 비결은 직구 제구력이었다. 이정민은 "직구가 잘 들어가니까 변화구도 함께 살아났다. 낮게 제구가 잘 됐다"고 설명했다. 포수였던 강민호 역시 "정민이 형의 직구가 코너워크가 잘 돼서 들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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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백승철 기자,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