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견제에 걸려 흐름이 끊어진다. 가끔 연속 안타가 나오거나 공을 기다리는 장면도 있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저 퍼올리기였다. 탄탄한 기본기가 바탕된 스몰볼 측면에서 보기에는 중요한 순간 실책도 이어졌다. 한때 선두 삼성에 한 경기 반 차 2위였던 두산 베어스의 야구는 무엇일까.
두산은 29일 잠실 LG전에서 무득점 빈공으로 0-3 패배를 맛보았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시즌 전적 55승 1무 51패(29일 현재, 4위)를 기록하며 지난 25일 사직 롯데전부터 이어진 3연패를 끊지 못했다. 8월 초만 해도 선두 삼성에 한 경기 반 차까지 따라가며 잃었던 두산 야구의 색깔을 찾았다던 평을 받던 두산은 수직 낙하했다. 같은 시각 5위 KIA가 선두 삼성에 패해 2경기 차가 그대로 이어지기는 했으나 분명 3주 전 그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2007시즌부터 2010시즌까지 두산은 공격진에서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포스트시즌 컨텐더로 자리잡았다. 이종욱-고영민-민병헌(경찰청)의 1대 육상부에 이어 오재원, 정수빈 등이 차차 가세하며 상대가 생각하는 이상의 주루 플레이로 상대를 흔드는 주자들이 누상을 종횡무진했다. 2010시즌에는 김동주-김현수-최준석-이성열-양의지가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모두 때려내며 가장 큰 잠실구장에서 ‘슬러거 야구’를 펼친 두산이다.

그 뿐만 아니다. 한때 두산은 내-외야진으로 두 팀을 꾸릴 만 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탄탄한 야수층을 자랑했다. 잃을 것 없는 듯 뛰던 주자들은 물론이거니와 2009시즌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때는 이원석, 용덕한(롯데) 등 당초 백업으로 평가받던 선수들이 주전으로서 맹활약을 펼치며 공백을 메웠다. 주포 김동주는 4번 타자로서 밀어치기에도 능한 중심타자 역할을 해냈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강호 SK에 뒤지지 않는 선수층을 구축했던 두산이다.
그러나 2010시즌 후반기부터 지난 시즌 그들의 야구에 균열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투수진과 야수진 전체적으로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하는 선수들이 많아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갔기 때문이다. 근성을 불태우더라도 몸 상태가 그들의 투지를 제대로 지탱해주지 못했다. 신임 김진욱 감독이 취임과 함께 “작은 부상이라도 확실하게 관리하는 팀 운영을 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한 것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이 전략은 아쉽게도 확실하게 스며들지 못했다. 부상의 경중보다 일단 부상으로 인한 결장 조치가 이뤄지면 결국 야수의 출장 기회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출장 기회가 줄어들면 결국 이는 선수의 가치 하락으로도 이어진다. 백업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기존 주전 선수들에게 이는 가장 큰 위기와도 같다. 출장 기회 박탈을 두려워하며 웬만한 부상을 참고 견디는 경우도 있었다. 선수라는 개념을 떠나 인간으로서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실제로 6월 초순 왼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입었던 주전 유격수 손시헌은 이를 참고 뛰다 결국 부상이 악화되어 꽤 오랜 시간을 결장했다. 손시헌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만큼 팀에서도 섣불리 출장 기회를 줄일 수 없었으나 결과는 손시헌의 부상악화로 이어졌다. 그나마 김재호, 허경민 등이 손시헌의 자리를 대신하며 전력 공백을 메운 것이 다행이었다.
시즌을 치러가며 김진욱 감독도 비시즌 생각했던 시나리오와는 다른 여러 변수를 겪고 있는 중이다. 전임 김경문 감독이 야수들에게 적극적인 야구를 바라며 때로 강하게 몰아붙이는 스타일이었다면 김진욱 감독의 스타일은 그와는 다르다. “처음 시작했을 때 전임 감독의 팀 컬러와 비교했을 때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는 점진적으로 바꿔 갈 계획이다”라는 것이 시즌 전 김진욱 감독의 이야기였다. 일단 선발진의 힘이 붙은 것이 팀에게 좋은 일이라면 규정타석에 진입해있는 타자가 단 세 명(김현수, 양의지, 이종욱)일 정도로 야수진 운용이 안정적이지 못했다는 점은 올 시즌 두산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한 야구인은 “두산의 경우 2000년대 중후반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주전 선수로 뿌리를 내리며 수 년 간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인지라 운동능력 저하 시점이나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슬럼프를 접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또 한 번의 세대교체가 필요한 팀이 두산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금은 그 톱니바퀴가 맞지 않는 기간이 꽤 긴 편이다.
사실 두산이 2000년대 중후반 세대교체와 함께 좋은 성적까지 이룰 수 있었던 데는 스포트라이트와는 빗겨나 있던 선수들의 투지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의욕 넘치는 선수들의 과감함이 ‘리빌딩-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지금은 당시에 비해 프로야구에 쏠리는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도가 높고 선수들도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비슷한 과도기를 겪고 있으나 환경이 예년에 비해 확실히 달라졌다. 감독 교체 후 또 다른 과도기를 겪고 있는 두산은 이 폭풍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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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