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에서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수비-주루에서 제가 공헌할 수 있는 최대한을 발휘하고 싶습니다”.
떨어진 타율을 만회하겠다는 말 대신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임무에 충실해 도움이 되고 싶다는 어른스러운 답이 나왔다. 왼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딛고 1군 복귀 초읽기에 들어간 정수빈(22, 두산 베어스)은 못 본 사이 정신적으로 더욱 성장했다.
수원 유신고 시절 주축 선수로 활약하며 2008 캐나다 청소년 야구 선수권 우승 주역으로도 이름을 올렸으나 왜소한 체구로 인해 2차 5라운드로 하위 지명되어 프로에 입단한 정수빈. 그러나 정수빈은 데뷔 첫 해부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외야수 중 한 명으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지난 시즌에는 처음으로 규정타석 타자가 되며 128경기 2할8푼5리 1홈런 38타점 31도루의 기록을 올렸다. 또래 외야수들에 비해 확연한 성장세를 보인 정수빈이다.

올 시즌 정수빈은 81경기 2할3푼7리 30타점 23도루(30일 현재)를 기록 중. 타율이 낮은 것이 아쉽지만 수비-주루 면에서 팀 공헌도는 확실히 높았던 정수빈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7월 26일 잠실 LG전에서 상대 선발 레다메스 리즈의 몸쪽 공에 왼쪽 종아리를 직격당해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입고 이틀 뒤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3주 가량 부상 부위 치료와 회복에 집중했던 정수빈은 2군 두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뒤 지난 28일부터 1군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아직 1군 엔트리 등록은 되지 않았으나 부상 부위 상태가 확실히 나아진 만큼 9월 1일 확대 엔트리 시행에 맞춰 등록될 가능성이 크다.
29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정수빈은 “운동을 쉬다보니 1kg 정도 붙은 것 같다”라며 “다치고 나서 2주 동안은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3주 쯤 되면서 괜찮아졌다”라는 말로 현재 무리가 없음을 밝혔다. “지금은 타격감보다 주루와 수비에서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부분의 감각 회복에 집중 중인 정수빈이다.
3할-40타점-40도루와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세웠던 정수빈. 부상 전까지 정수빈은 팀의 유일한 전 경기 출장자였으나 부상과 함께 재활조로 편성되며 전 경기 출장이라는 목표도 물거품이 되었다. 2010시즌 전에도 정수빈은 가장 페이스가 좋은 타자 중 한 명이었으나 시범경기 첫 날 문학 SK전에서 수비 도중 펜스에 부딪혀 쇄골 골절상을 입고 2달 가량 1군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던 바 있다.
“전 경기 출장도 목표로 삼았었는데 다쳐서 없던 일이 되었네요. 지난 일이니 빨리 잊어야지요”. 지난 시즌 정수빈은 8월까지 타율 2할4푼대에 머물다 늦여름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타율을 2할8푼5리까지 상승시켰던 바 있다. 그 때의 기억이 결장 기간 동안 이미지 트레이닝에 도움이 되었는 지 묻자 정수빈은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에도 뛰기 좋아질 날씨가 될 때쯤 페이스가 올라왔던 것 같아요. 그 때 생각도 나름 많이 했지요.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팀 순위니까요. KIA가 많이 올라오면서 저희와 두 경기 차 5위까지 올라왔잖아요. 안심할 수 없어요. 저는 특히 쉰 만큼 더 많이 뛰어야지요”.
“제대로 운동한 시간이 4~5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라는 정수빈이었으나 이미 훈련을 소화하는 동작은 부상 이전 못지 않았다. 일단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음을 증명 중인 정수빈. 문제는 실전 공백으로 인한 타격감 회복 여부다. 그러나 정수빈은 올 시즌 자신을 괴롭혔던 타격에 대한 부담에 얽매이기보다 지금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팀 사정에 맞게 특화시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타격이 안 되다보니 생각도 많고 염두에 둔 것이 많았던 것 같아요. 자신감도 떨어지면서 타율은 더 떨어지고. 팀의 4강 진출이 우선이니 시즌 전 설정했던 개인 목표에 최대한 가깝게 가고 어떻게든 달성하겠다는 것보다 1군 엔트리 등록 후 수비-주루 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드리며 팀에 공헌하고 싶어요”. 비시즌 봉사활동을 자청해 참여할 정도로 착한 성품을 지닌 정수빈. 이야기를 들으며 시련이 그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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