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보다 바가지 안타가 더 기분 좋았다".
롯데 자이언츠 홍성흔(35)이 통산 900타점을 시원한 투런포로 장식했다.
홍성흔은 29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그는 통산 899타점을 기록, 900타점 돌파에 단 1타점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2회 첫 타석에서 볼넷, 4회 우전안타를 기록했던 홍성흔의 홈런은 6회 터졌다. 홍성흔은 4-0으로 앞선 6회 무사 1루에서 최영필의 낮은 140km 직구를 잡아당겨 좌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문학구장 외야 원두막까지 날아간 대형 홈런이었다. 비거리는 125m가 기록됐다.
이 홈런으로 홍성흔은 통산 901타점으로 기록을 돌파했다. 900타점 달성은 프로통산 13번째 기록이다. 신인이던 1999년 63타점을 기록했던 홍성흔은 2007년 39타점이 자신의 최소타점일 정도로 꾸준히 타점을 적립해왔다. 2010년에는 116타점으로 개인 최고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롯데는 선발 이정민의 8이닝 1실점 호투와 홍성흔과 손아섭의 투런포, 황재균의 5타점을 묶어 SK를 10-1로 제압하고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경기가 끝난 뒤 홍성흔은 통산 900타점을 달성한 소감으로 "900타점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감독님들 덕"이라고 했다. 또한 "코치님,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두루 감사인사를 전했다.
바로 다음 목표는 1000타점. 이 기록은 단 8명만 달성한 귀중한 기록이다. 현역 가운데서는 김동주(1087점), 박재홍(1077점), 송지만(1022점), 이승엽(1022점) 등 4명이 타점을 적립 중이다. 아직도 팀 내 중심타선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홍성흔은 자기관리만 잘 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올 시즌 좀처럼 장타가 터지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던 홍성흔, 하지만 이날 그는 홈런보다 4회 나온 바가지 안타에 더 기뻐했다. 홍성흔은 경기 후 더그아웃 뒤에서 활짝 웃으며 "솔직히 홈런보다 바가지 안타가 훨씬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4회 홍성흔은 SK 선발 부시를 상대로 1루수 박정권의 키를 훌쩍 넘어가는 빗맞은 타구를 쳤다. 박정권이 외야를 바라본 채 뛰어가 글러브를 갖다 댔지만 포구에는 실패했고 홍성흔의 안타가 됐다. 이후 롯데는 박종윤과 조성환이 연속안타로 만루를 채웠고, 황재균의 쐐기 싹쓸이 3루타가 나와 승부를 갈랐다.
강타자라도 홈런에만 웃음 짓는 건 아니다. 가끔은 작은 행운에 더욱 기뻐한다. 그 행운이 발단이 돼 타격 컨디션이 돌아오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이날 경기처럼 팀 승리를 가져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형홈런·900타점 돌파보다 바가지 안타에 더 기뻐하는 베테랑 홍성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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