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호투, 그 뒤엔 '롤모델' 이용훈 있었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8.30 09: 06

올해 롯데 자이언츠 선발진은 시즌 초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운영됐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건 바로 베테랑 우완 이용훈(35)이다. 5선발 경쟁을 치르면서 시즌을 시작한 이용훈은 연이은 호투로 우완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시즌 중반 등 부상으로 규정이닝에는 약간 부족하지만 이용훈은 8승 4패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하고 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이용훈의 깜짝 활약은 롯데가 2위를 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용훈의 뒤를 이어 롯데에서 또 한 명의 '베테랑 샛별'이 등장했다. 29일 문학구장의 영웅은 우완 이정민(33)이었다. 이정민은 SK와의 경기에서 8이닝 9피안타 6탈삼진 1실점 호투를 벌이면서 팀의 10-1 승리를 이끌었다. 2010년 4월 4일 광주 KIA전 이후 878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고 선발승은 2003년 10월 2일 대구 삼성전 이후 무려 3254일 만이었다.
이정민과 이용훈의 야구인생 궤적은 많이 닮아있다. 둘 다 부산 동삼초-경남중 출신으로 이용훈이 이정민보다 2년 선배다. 입단 당시 빠른 공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것도 같고, 기대만큼 활약을 못 해주며 이제는 베테랑선수의 나이가 돼 2군에서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낸 것도 똑같다.

그래서 이정민은 지난 19일 사직 넥센전에서 1082일 만의 선발 등판을 마치고 선배 이용훈 이야기를 꺼냈다. 함께 동고동락하던 선배 이용훈은 올해 1군 주축투수로 자리 잡았고, 이는 이정민의 롤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당시 그는 "(이)용훈이 형은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 용훈이 형이 컨트롤을 얻기 위해서는
스피드를 버려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크게 와 닿았다"고 말했었다.
비록 그날 경기에선 4⅓이닝 4실점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다시 한 번 선발등판의 기회를 제공받았다. 그리고 결국 2위 싸움의 향방이 걸린 SK전에서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29일 등판을 앞두고 이정민은 다시 이용훈에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이용훈은 "지난번(19일) 경기에선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넌 볼 끝이 좋으니까 힘을 빼고 부드럽게 던져봐라. 그리고 구위도 괜찮으니 높은 직구를 유인구로 쓰면 좋을 것 같다"고 아낌없이 이정민에게 격려를 해 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정민은 3254일 만에 선발승을 거둔 뒤 이용훈에게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다. "등판 전에 이용훈 선배님이 말씀 해주신 게 '스피드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구속에) 변화만 조금씩 줘라. 투수의 임무는 빠른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 타자가 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덕분에 오늘 경기에서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었다"는 게 이정민의 말이다.
남은 선수생활보다 이제까지 보낸 시간이 더 긴 두 베테랑 투수는 많이 닮았다. 먼저 '성공의 길'을 걸은 이용훈은 닮은꼴 후배 이정민에게 본인이 깨달은 걸 아낌없이 전해줬다. 잔여 시즌에서 이정민이 선배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