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의 승리네요".
한화 좌완 투수 윤근영(26)이 데뷔 8년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윤근영은 지난 29일 대전 넥센전에서 0-4로 뒤진 5회초 2사 1·2루 위기에서 구원등판, 송지만을 헛스윙 삼진 잡는 등 1⅔이닝을 무실점 퍼펙트로 막았다. 한화 팀 타선이 5회말 대거 6득점으로 전세를 뒤집은 뒤 7-6으로 승리, 윤근영의 데뷔 첫 승도 함께 만들어졌다. 데뷔 8년·129경기 만에 따낸 값진 승리였다.
대전고를 졸업한 윤근영은 지난 2005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데뷔 첫 해 왼손 원포인트 릴리프로 51경기에서 1패1세이브4홀드 평균 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 팔꿈치 부상이 찾아와 수술을 하고 재활을 거친 뒤 군입대한 사이 잊혀진 이름이 됐다. 2010년 팀에 돌아온 뒤에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좋은 구위에도 두둑하지 못한 배짱과 불안한 제구력에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47번으로 바꾸며 변화를 다짐했다. 그는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투수 스기우치 도시야(요미우리)를 좋아한다. 빼어난 컨트롤을 본받고자 스기우치처럼 등번호를 47번으로 바꾼 것이다. 올해도 시즌 초반에는 별 기회가 없었지만, 송진우 투수코치의 추천 아래 지난 22일 문학 SK전에서 선발로 나와 5⅓이닝 2피안타 3볼넷 1사구 3탈삼진 3실점으로 깜짝 호투를 펼쳤다.
비록 불펜의 난조로 데뷔 첫 승을 날렸지만 이날 경기에서 구원으로 나와 상대의 추가득점을 막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윤근영이 5회 2사부터 7회 1사까지 책임진 덕분에 한화도 한용덕 감독대행의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윤근영에게도 의미있는 데뷔 첫 승리. 그는 "8년 만에 거둔 첫 승인라 얼떨떨하지만 기분이 설레이고 좋다. 한용덕 감독대행님과 함께 도와준 팀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윤근영은 프로 데뷔 후 최고 피칭이었던 22일 SK전에 대해 "나도 그날 어떻게 던졌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코치님께서 공격적으로 자신있게 던져라고 말씀하셨다. 평소 '자신없게 던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제는 자신있게 피하지 않고 승부하려 한다"고 달라진 변화를 설명했다. 29일 넥센전에서도 윤근영은 5회 1·2루에 주자를 둔 부담스런 상황에서 대타 송지만을 결정구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그는 "8년만의 승리다. 그동안 많이 도와주신 투수코치님들에게 고맙고, 이제야 승리하게 돼 뒷바라지한 부모님께 고맙고 죄송하기도 하다"며 "지금은 마땅한 목표가 없다. 비록 첫 승은 많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실력이 많이 늘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12경기 1승1홀드 평균자책점 2.50. 1차 지명 출신 좌완 유망주 윤근영의 야구인생 2막이 이제 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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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