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soul을 만나다] 손정완 “디자인보다 사춘기 아들이 더 힘들어요”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2.08.30 10: 04

이름만 들어도 웬만한 사람들을 알 법한 패션 디자이너. '그의 삶은 평범한 여자들보다 조금은 특별하고 색다른 일들로 넘쳐나지는 않을까'하는 것이 성공한 디자이너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국내에서는 흔치 않게 상업적으로도 꽤 성공을 이룬 패션디자이너 손정완. 오로지 패션에만 집중하고 그 외 가정이나 나머지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을까 생각됐지만 그 역시 보통 여자들과 같았다.
“사춘기 아들 때문에 너무 괴로워요. 어쩌면 그렇게 저랑 닮았는지 요즘 까칠하기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예요.(웃음)”라고 말하는 손 디자이너에게선 마치 엄마를 보는 듯한 친근함마저 느껴졌다.

게다가 '배바지'를 입는 남편이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라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손 디자이너. 그의 디자인이 로맨틱한 이유를 알듯하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소녀처럼 설레임과 감성을 지녔기 때문에 그것이 고스란히 옷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닐까.
아들의 사춘기 걱정, 남편 관리(?)에 브랜드 관리까지 하느라 그 친한 최화정까지 최근에는 못 본지가 오래됐다고. 이렇게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그가 국내에서의 성공을 두고도 굳이 힘들게 '컨셉코리아'를 준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해외에서 나는 신진디자이너에 불과하다
‘사서 고생이다’라는 말이 있다. 손 디자이너의 경우가 이 말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는 국내에서는 내로라하는 디자이너이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굳이 힘든 해외라는 곳까지 나가서 또다시 고생 아닌 고생을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아마도 이런 안일한 생각이었다면 지금의 손정완 디자이너라는 타이틀도 없었을지 모른다.
2011년 그는 첫 뉴욕진출을 했고, 올해 컨셉코리아도 2번째 출전한다. 컨셉코리아는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5인을 선발해 뉴욕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도록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주변에서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해요. 왜 자꾸 힘든 길을 가느냐고. 하지만 패션은 늘 앞서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뉴욕은 패션의 본고장이잖아요. 더 큰 시장과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 브랜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컨셉코리아는 디자이너에게 꽤 욕심나는 기회라고 말한다. 특히 뉴욕같은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는 디자이너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그가 말하는 컨셉코리아는 해외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이 대체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 할지, 그 방향과 접근성을 상당히 체계적이고 실리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전시를 한 다음날 쇼를 연계해서 하기 때문에 그 시너지 효과는 크다.
“실제로 지난 번 컨셉코리아 때 효과를 많이 봤어요. 수주도 더 많았으며, 브랜드 홍보 효과도 훨씬 컸고요. 당연히 올해에도 욕심나지 않았겠어요? 또 다시 이렇게 진출하게 된 게 저에게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 콘셉트가 궁금하다
손정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로맨틱. 이번 컨셉코리아 역시 로맨틱이 주제로 등장하는 것인지 콘셉트가 궁금했다.
이번 그의 컬렉션 주제는 ‘랩소디 언더 더 썬(Rhapsody Under the Sun)’.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은 스페인 작가 후안 미로이다. 스페인은 관광 홍보를 하면서 ‘Everything Under the Sun’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후안 미로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로고를 사용한다. 옐로우, 레드 같은 컬러를 보면서 손 디자이너는 지중해의 햇빛과 그 속에 있는 미스테리와 같은 여성을 떠올렸다.
“꿈속에 있는 것 같은 여성이지만 결코 비현실적이지는 않은. 현실 속을 살아가지만 여행이나 휴가를 통해 한 순간의 환상 속에 흠뻑 빠져드는 여자를 연상하며 디자인했어요. 쇼의 이미지도 잘 표현될 것 같고요”라며 역시나 쇼의 볼거리까지 생각하는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였다.
평소 그가 지향하는 로맨틱함보다는 좀 더 정열적이고 강한 컬렉션이 연상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 안에 분명 로맨틱함이 깃들여져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드라마틱한 것보다는 조금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느낌, 이것이 손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로맨틱 영감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는 음악, 여행, 영화 등을 통해 주로 디자인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여행과 영화는 보는 것이기에 쉽게 이해되지만 귀로 듣는 음악의 영감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저는 음치에 음악에 대해서는 무지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감정은 그것과는 아주 별개인가 봐요. 때로는 국악에, 또 때로는 오페라의 성악가 목소리에 온몸에 전구가 켜지는 듯한 감흥을 느껴요.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음악은 순간순간 저에게 짜릿한 감성을 느끼게 해주죠. 이것을 어떻게 옷으로 표현하는지는 음...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렵네요?”(웃음)
 
기자 역시 공감한다. 패션의 영감이라는 것을 말로 다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감성적인 부분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으므로.
▲ 맛있는 음식을 먹을 줄 알듯, 패션의 판단 또한 냉정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손 디자이너를 보며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이면에는 어떤 직업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디자이너라는 직업이다.
그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감각, 끊임 없는 노력, 지구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디자이너는 일 년에 4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옷을 사 입는 우리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계절의 변화이지만, 4시즌이라면 사실상 3개월에 한 번씩은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해야 되는 셈이다. 가히 감각만으로는 버텨낼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요리를 잘 못해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줄 알듯이, 사람들도 옷을 만들 줄은 모르지만 판단하는 것에 있어서는 굉장히 냉정해요. 때문에 이 냉정한 시각에서 살아남으려면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노력이 필요한 거죠.”
그러면서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보다 건강할 것 같은 운동선수들도 사실은 연골이 없고 쇄골이 빠지는 등 숱한 부상으로 오히려 일반인보다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그들은 ‘노력’이라는 것을 가지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손 디자이너는 “저렇게 죽을 듯이 하지 않으면 최고가 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이미 누군가의 눈에는 손 디자이너 역시 최고에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그런 그가 아직도 저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신세대들이 본받아야 할 열정과 노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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