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인생의 축소판.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정민(33)이 3254일 만의 선발승을 거두며 감동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정민은 29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 8이닝 1실점(9피안타 6탈삼진) 쾌투를 뽐내며 10-1 승리를 이끌었다. 2003년 10월 2일 대구 삼성전 이후 3254일 만의 선발승.
롯데 스카우트 출신 윤동배 김해 상동구장 소장은 이정민의 승리에 가장 기뻐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경남고 시절부터 줄곧 지켜보면서 이정민을 영입한 윤 소장은 수 년간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무거웠다. 늘 가까이서 지켜보는 윤 소장이기에 더욱 그랬다.
"구위 자체는 좋지만 경기 운영 능력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뭔가 해보려는 몸부림을 많이 쳤었다. 하지만 1군에서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나이는 먹어가고 기회는 줄어드니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천성이 선하고 독기가 부족해 더 힘들어 했던 것 같다".

TV 중계를 통해 이정민의 호투를 지켜봤던 윤 소장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 때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열심히 한 만큼 지금부터라도 잘 해서 1군에 계속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빼놓지 않았다.
이용훈, 이정민 등 고난을 겪은 베테랑 투수들의 호투는 2군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윤 소장 또한 "이용훈도 고비가 많았지만 지난해 사상 첫 퍼펙트 게임(9월 17일 대전 한화 2군 경기)을 달성한 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그리고 윤 소장은 "개인적으로는 선수들의 기량차는 크지 않다고 본다. 선발 투수는 더욱 그렇다. 예전과 달리 든든한 계투진이 있으니 더 수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3254일 만에 선발승을 거둔 이정민의 감동 드라마는 1승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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