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 28일 신형 ‘파사트 2.0 TDI(Passat 2.0 TDI)를 한국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지난 5월 ‘2012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뒤 3개월 만에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가게 됐다.
공식 출시에 앞서 지난 13일 미디어 시승회가 있었다. 워커힐 호텔을 출발해 남한강 일대를 돌아오는 100km 거리의 구간이었다. 파사트 2.0 TDI는 파사트 브랜드의 7세대에 해당되는 모델이다. 지난 1973년 첫 출시 이후 6세대를 거치는 동안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대 이상이 판매 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이번 7세대 파사트는 독일 정통 세단의 위엄을 계승했다. 2.0 TDI 디젤엔진에서 품어내는 강력한 파워와 정통 세단의 안락함이 어우러진 차량이다.

한국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디젤 엔진’과 ‘세단’은 사실 매끄러운 조합은 아니다. 소음과 매연을 먼저 떠올리는 디젤 엔진에 대한 선입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사트 2.0 TDI라면 그러한 선입관은 떨쳐버려도 좋을 듯하다. 시승 행사가 있던 날, 기차가 지나갈 때와 비슷한 소음을 낸다는 도로변의 매미 소리가 차창을 닫는 순간 동네 먼 어귀에서 들려오는 자장가처럼 고즈넉해졌다.
출발은 묵직했다. 가솔린 엔진에 익숙해져 있는 운전습관을 그대로 적용했더니 차량이 움직이는데 갑갑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디젤 엔진은 디젤 엔진답게 다뤄 줄 필요가 있었다. 한결 힘을 줘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더니 거친 야생마의 고동이 전해져 왔다.
팔당대교 남단에서 팔당댐을 순환하는 코스는 꼬불꼬불한 산길의 형태를 띤다. 다양한 주행 환경을 체험하기에는 안성맞춤. 급격한 코너링이 필요한 길이었지만 운전석은 물론 조수석까지 코너링으로 인한 불안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 된 요추 지지대가 내장 됐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시트가 운전자의 등허리를 꽉 잡아주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덕분에 원심력에 대항하려고 무릎을 차체에 붙이고 버틸 필요는 없었다.
6단 DSG 변속기는 여러 도로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반응했다. 저속차량용 차로가 갖춰 진 벅찬 언덕길에서도 밟으면 밟는 대로 차가 움직였다. 3단 고음을 내는 어느 가수의 그것처럼 끝을 모를 정도로 새로운 힘이 솟아났다.

‘새 집 증후군’에 맞먹는 ‘새 차 증후군’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시승용 차량으로 제공 된 파사트는 주행거리가 1100Km 남짓한 새 차였다. 하지만 참기 힘든 두통을 부르는 새 차 냄새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7세대 파사트는 2011년 준공 된,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있는 첨단공장에서 생산 되는데 이 공장은 세계적 권위의 친환경 인증인 ‘플래티넘 LEED’를 획득했다고 한다. 새 차는 당연히 새 차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던 또 하나의 선입관이 깨졌다.
신형 파사트의 놀라운 점은 가격 경쟁력에도 있다. 공식 출시된 파사트 2.0 TDI의 가격은 4050만 원. 동급의 국산차량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갖출 정도의 가격대다.
폭스바겐코리아의 박동훈 사장은 “자동차가 선망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동차 본질에 충실한 차가 삶을 윤택하고 즐겁게 만든다. 파격적인 가격 설정으로 수입차와 국산차를 아우르는 카테고리를 개척하고자 한다”며 가격 경쟁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고급 수입차에는 흔한 사양들이 빠져 최고급을 지향하는 운전자를 실망시킨 점은 있다. 그러나 잘 달리고 잘 서는 파사트의 명성에 영향을 끼칠만한 사항들은 아니다. 몇 가지 고급사양을 포기하는 대신 파사트 2.0 TDI의 ‘기본기’를 탐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한 차다. 실용성에 방점을 두는 젊은 CEO들이 이 차를 몬다면 거래처에서 더 많은 신뢰도를 쌓을 법한 그런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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