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자들' 김홍선 감독 "장기밀매, 원래 수위 더 셌죠"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8.30 17: 29

영화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장르적 감각이 돋보인다. '공모자들'(29일 개봉)의 김홍선 감독은 드라마에서는 잔뼈가 굵지만 영화는 이번 작품이 처음인 감독. "다행히 영화에 대한 평이 좋아서 감사하고 행복하다"라며 웃어보였다.
'90일, 사랑할 시간', '달려라 고등어', '워킹맘', '스타일', '대물', '바람의 화원' 등의 연출 쪽 일을하며 9년여간 드라마를 한 그는 뉴욕 필름 아카데미에서 영화 공부를 했다. 드라마에도 애정이 있지만, 영화는 다른 느낌의 스토리텔링이라 끌렸다고.
'공모자들'은 지난 2009년 중국을 여행한 신혼부부의 장기밀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김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한국 영화 최초로 기업형 장기밀매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다룬 범죄스릴러. 타깃 설정과 작전 설계, 적출 외과의 섭외는 물론 매수된 세관원을 통한 물건 반입, 장기적출을 위해 중국 공안까지 가담되는 국제적이고 조직적인 장기밀매 실태의 전과정을 한국과 중국을 넘나드는 방대한 로케이션을 통해 담아냈다. 이미 2009년도에 시나리오를 완성했지만, 크랭크인까지 오랜 시간을 걸렸다. 중간에 15세 영화, 케이퍼 무비가 될 위험(?)도 있었지만 뚝심으로 우직하게 이를 견뎌냈다.

소재가 주는 강렬한 만큼 곳곳의 수위 높은 표현들이 눈길을 끈다. 감독은 어떻게 이런 소재를 영화로 가져왔을까? 그는 "원래 다큐멘터리 PD가 꿈이었다. '신문사는 어떻게 유지되고 어떻게 돈을 벌까?', '포털사이트가 너무 독점은 아닌가?', '왜 결혼 안하는 사람이 늘어날까?'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호기심과 관심이 많다"라고 밝혔다.
영화는 사실 상영되는 것보다 훨씬 수위가 세 많이 편집을 거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확장판'을 만들 계획도 있다는 김 감독은 "최다니엘 씨의 대사, 오달수 씨의 베드신이 너무 세서 좀 잘랐어요. 오달수 씨는 병원 베드신에서 실제로 직접 헤어 노출도 했는데, 나중에 보니 너무 센 감이 있더라고요. 베드신 같은 부분은 원래 그 여자분 설정이 간호사였는데, 직업 윤리 같은 부분도 있고 해서 스토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을 빼고는 다 삭제했습니다. 실제로 시나리오 상에 더 센 내용이 있기도 했고요."라고 설명했다.
원래 '하드'한 취향이냐고 묻자 로맨틱 코미디도 좋아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스릴러를 유난히 좋아한다기 보다는, 이 영화는 리얼하게 날 것 같은 느낌으로 가는게 좋을 것 같았어요."
'공모자들'의 큰 미덕은 배우들을 제대로 썼다는 것에 있다. 특히 임창정의 웃음기 뺀 변신, 올해 주목할 만한 배우가 된 조달환,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보여준 오달수 등이 그러하다.
"코믹 연기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임창정 씨는 연기를 굉장히 잘 하시죠. 정극 연기도 당연히 잘 할거라고 생각했고, '스카우트' 같은 영화를 보고 꼭 같이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적극적으로 같이 하자고 했죠. 초반 1, 2회차에는 임창정 씨 특유의 코믹적인 게 배어 나왔지만 절충해서 그런 코믹한 부분을 다 없앴습니다." 실제로 임창정은 본인이 그간 해 왔던 연기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철저히 감독의 디렉션에 맞춰 연기했다고 말했다.
임창정이 분한 영규는 감독이 가장 애착을 갖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처음 시나리오 상에는 웃긴 구석이 있었다고. 농담도 하고 대사도 약간 비어있는 느낌이 있었지만, 결국 단단하게만 갔다. 경상도 사투리 감수를 3, 4번 받는 등 실제감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우리 영화는 남자 주인공이 굉장히 매력적이야 했어요. 남자 영화니까요. 임창정 씨나 조달환 씨 모두 귀엽게 생겼는데, 의상이나 스타일을 조금 달리하면 굉장히 달라보여요. 특히 임창정 씨 같은 경우는 서민의 페이소스 표현력이 되게 좋은데, 그걸 빼고 스타일을 입히면 멋있을 거라고 생각 했어요. 오달수 씨는 서민적이고 엉뚱한 이미지를 주로 보여왔는데, 제가 조지 클루니처럼 만들어주겠다고 했죠. 실제로 영화를 보면 오달수 씨 의상에 굉장히 신경을 쓴 걸 알 수 있을 거에요. 최다니엘은 어린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내공이 있는 배우에요. 모든 배우들이 자기만의 멋이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출장전문의 경재 역을 맡은 오달수는 시나리오가 너무 세 고사를 했지만, 처음부터 오달수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감독이 직접 오달수가 있던 부산에 내려가겠다고 하면서까지 구애해 출연이 성사됐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만들어진 '재발견'의 배우는 조달환이다. 영화 속 영규의 부하인 운반책 준식은 사람들과의 관계 중심에 있으면서 영화의 전개에 큰 역할을 하는 주연급 조연이다. 캐스팅을 두고 주변의 반대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이 역을 조달환이 해야한다고 밀어 붙였다. 조달환은 누구보다 오랜 기간 시나리오를 봐 왔고, 캐릭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조달환의 캐스팅은 성공했다. '저 배우가 누구지?'라고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에게 호기심을 갖기 때문이다.
두 명의 여배우. 실종자 채희 역을 맡은 신예 정지윤의 경우는 아카데믹한 연기가 배어있지 않고 열정과 순수함이 가득차서 좋았고, 조윤희에 대해서는 "흠 잡을 데가 하나도 없는 배우"란 극찬을 들려줬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실제 장기밀매 관련 업자를 만나보기도 하고, BBC 다큐멘터리 등도 보면서 영화의 리얼함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처럼 장기 밀매의 실태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그 실태를 폭로하는 것이 아닌 '드라마'임은 분명히 했다. '공모자들'은 잘 만든 스릴러물이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에게 임창정이 궁금해 한 "앞으로 죽을 때까지 10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 5편을 임창정과 할 것인가?"란 질문을 대신 물었다. 그러자 "할 수 있다. 세 편은 주인공, 두 편은 카메오로"라는 시원한 대답을 들려줘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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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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