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 감독의 전격 퇴진과 함께 한화 차기 사령탑 자리를 놓고 소문이 무성하다.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던 김성근(70) 감독이 고양 원더스와 2년 재계약하며 후보군에서 제외된 가운데 이정훈(49) 천안북일고 감독, 조범현(52) 전 KIA 감독, 한용덕(47) 한화 감독대행이 차기 사령탑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각각 뚜렷한 장단점을 갖고 있다.
▲ 이정훈, 강력한 카리스마와 프로 경험
이정훈 감독은 빙그레 시절 다이너마이트 타선 선봉장으로 활약한 원조 프랜차이즈 스타다. 1987년 신인왕을 시작으로 해서 1991~1992년 2년연속 타격왕을 차지했으며 골든글러브도 4차례나 받았다. '악바리'라는 별명 그대로 강렬한 승부근성과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2008년 11월부터 약체로 추락한 천안북일고를 맡아 전국대회 6회 우승팀으로 탈바꿈시켰다. 4년 만에 북일고를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최강자로 재건한 것이다. 한화도 강훈련과 승부근성이 필요한 팀이라는 점에서 악바리 카리스마의 이정훈 감독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최근 4년간 프로와 동떨어졌다는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다. 고교 무대에서 뚜렷한 실적을 냈지만, 프로 감독으로 검증된 게 없다. 1999년 한화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때 타격코치로 한 몫 했고, 2001년 입단한 김태균을 신인왕으로 조련할 정도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화 팀 사정이 최근 몇 년간 초보감독에게 맡길 정도로 여유있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2005년 타격코치로 한화를 떠났지만 한화그룹 재단의 북일고 감독이자 이글스와 깊은 인연 때문에 유력한 후보로 올라있다.
▲ 조범현, 검증된 리빌딩 능력과 비한화인
김성근 감독의 한화행이 불발되면서 외부 영입 인사 중 떠오르는 인물이 조범현 전 KIA 감독이다. 조 감독은 2003~2006년 SK, 2008~2011년 KIA 등 8년간 프로 사령탑으로 활약하며 뚜렷한 실적을 거둔 검증된 카드다. 2003년 SK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과 준우승을 이끌었고, 2009년에는 타이거즈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한을 풀어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해 팀의 세대교체를 이끄는 리빌딩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과도기의 팀을 이끄는 능력이 탁월하다.
세대교체가 절실한 한화에 조범현 감독이 적임자로 떠오른 이유다. 한화도 2000년대 중반부터 지지부진한 세대교체로 팀이 정체돼 있다. 기본적으로 자원이 부족하지만,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강한 훈련과 선수 보는 안목이 뛰어난 조 감독이라면 리빌딩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그러나 한화와 아무런 인연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내부 인사 또는 지역 친화적 인물에 중점을 뒀다. 아니면 김인식 감독처럼 누구나 인정하는 베테랑 감독이었다.
▲ 한용덕, 선수들의 두터운 신망과 체질개선
한대화 감독의 퇴진과 함께 지휘봉을 물려받은 한용덕 감독대행은 내부 승진 시나리오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코치 시절부터 온화한 성품과 포용력으로 선수단 사이에서 신망이 아주 두텁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물론 할 말은 하는 강직함으로 선수들을 끌어안았다. 선수 시절 17년을 이글스에서 뛰었고, 2005년 스카우트를 거친 뒤 2006년부터 7년간 코치로 함께 했다. 무려 25년을 함께 하고 있는 뼛속까지 독수리 맨이다.
1군과 2군 그리고 재활군 코치로 다양한 보직을 맡으며 선수단 전체를 깊이 파악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단을 추스르고 분위기를 수습하는데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 다만 한화는 오랫동안 정체된 팀에 변화를 주고 싶어한다. 2008년부터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만큼 확실한 체질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새로운 인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게 한 대행에게는 걸림돌이다. 송진우 투수코치와 장종훈 소프트뱅크 3군 타격코치 등 또 다른 내부 승진 후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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