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슬라이더 두 구종 위주라는 점이 단조로워 보였을 뿐. 역시 또래들 중 최대어답다”.
공을 끝까지 끌고 나와 힘을 싣는 릴리스포인트에 낮게 깔려 들어가는 직구와 슬라이더. 구종 두 개를 주로 쓰는 점 정도가 아쉬울 뿐 전체적인 면에서 역시 최고 유망주라는 찬사가 나왔다. 애런 타사노 시카고 컵스 동북아 지역 스카우트가 2013시즌 신인 최대어로 꼽히는 우완 윤형배(18, 천안 북일고, NC 우선지명)에 대해 극찬했다.
저학년 시절부터 북일고 마운드 에이스로 우뚝 서며 경기 경험은 물론 최고 152km까지 이르는 빠른 직구를 시원하게 던지는 윤형배는 지난 8월 31일 제25회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A조 베네수엘라와의 1라운드 경기서 네 번째 투수로 등판, 3⅔이닝 동안 노히트 무실점 5탈삼진 1볼넷의 무결점투로 2-1 신승을 이끌었다. 최고 구속은 147km에 예리한 슬라이더가 인상적이었다.

8회초 유격수 강승호(천안 북일고, LG 1라운드)의 포구 실책으로 무사 2루 위기를 맞기도 한 윤형배였으나 그는 꿋꿋이 마운드를 지키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8월 21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학 최대어 우완 이성민(영남대)과 함께 9구단 NC에 우선 지명된 윤형배는 LA 다저스의 계약금 110만 달러 오퍼 대신 NC 신인의 길을 택했다. 또다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인 타사노의 눈에도 윤형배는 분명 탐나는 재목이었다.
“확실히 다른 투수들보다 컨디션도 좋아보였다. 릴리스포인트를 좀 더 당겨 공을 낮게 제구하고 힘을 대폭 싣는 능력도 보여주더라. 직구-슬라이더 두 구종 위주의 투구였으나 이를 과감하게 제구하며 타자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Top Prospect Guy’답다고 생각했다”.
유영준 NC 스카우트도 조만간 대회가 끝난 후 팀에 합류하게 될 윤형배에 대해 “변화구를 낮게 제구할 수 있는 능력이 좋았다”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 기대가 설레발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직 1군 즉시 전력감은 아닌 것 같다”라며 냉정함을 잃지 않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는 “예전 덕수고 시절 성영훈(두산, 공익근무 중)도 직구-슬라이더 단순한 구종에서 묵직한 공으로 타자를 잡아냈는데 윤형배의 모습이 당시의 성영훈의 모습과 유사했다”라고 밝혔다. 2008 세계 청소년 선수권 우승 주역이었던 성영훈도 당시 텍사스 등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일찌감치 연고팀 두산과 1차 지명 계약했다.
최대어 중에서 그 잠재력을 현실화해 불세출의 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재능에 운이 따르지 않으며 아쉽게 박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아직 그 좋은 싹을 틔우지 않은 무한 잠재력의 소유자 윤형배는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라는 아주 좋은 구름판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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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