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경험이 있으니 그 마음을 잘 안다".
한화 우완 투수 송창식(27)이 명실상부한 리그 정상급 불펜투수로 발돋움했다. 송창식은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에서 9회 1이닝 무실점 역투로 세이브를 따냈다. 지난 2004년 데뷔 후 9년·128경기 만에 기록한 데뷔 첫 세이브. 이제 팀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송창식은 올해 33경기에서 4승3패1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2.84로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다. 피안타율 1할8푼6리, 이닝당 출루허용률 0.98. 특히 7월 이후 20경기에서 2승1패1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0.79로 거의 무적에 가까운 피칭을 펼치고 있다. 이 기간 피안타율은 1할3푼4리이고, 이닝당 출루허용률도 0.70에 불과하다. 34⅓이닝 동안 삼진을 30개나 잡았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송창식 스스로는 "요즘 계속 컨디션이 좋다. 힘들이지 않고 좋은 밸런스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제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지금의 공이 2004년 신인 시절 때보다 더 좋다"고 자신했다. 2004년 고졸 신인 송창식은 곧바로 선발진 진입, 완투승 1승 포함 8승7패 평균자책점 5.13을 기록하며 신인왕 후보에도 올랐다.
2004년 당시 선수생활 마지막 해를 보내며 송창식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한용덕(47) 감독대행의 생각은 어떨까. 한용덕 감독대행은 "창식이는 원래부터 기본기가 있는 선수였다. 좋은 공에 자신감이 붙으며 점점 좋은 피칭을 하고 있다. 풀카운트 승부가 많았지만 요즘은 바로 바로 과감하게 승부한다"며 "2004년보다 볼끝의 힘은 떨어지지만 구종이 다양해졌다"고 평가했다.
2004년 당시 송창식은 150km에 육박하는 묵직한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승부했다. 구종은 단조로웠지만 힘으로 승부해도 통할 때였다. 9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팔꿈치 수술과 버거씨병으로 강속구는 잃었으나 슬라이더에 포크볼까지 더하며 레퍼토리가 다양해졌다. 컨트롤도 더 좋아졌다. 9이닝당 볼넷이 2004년에는 4.0개였지만 올해은 3.2개로 줄었다.
또 하나 달라진 건 마음가짐이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창식이가 코치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운동을 대하는 자세와 행동이 예전보다 좋아졌다. 코치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되어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 공백기가 있지만 빠르게 잘 극복해낸 것도 그런 경험 덕분"이라고 말했다. 2008년 버거씨병으로 은퇴한 송창식은 모교 세광고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며 2년간 지도자 생활을 한 바 있다. 치료와 재활을 겸해 야구를 가르쳤다. 어린 후배들을 가르치며 야구에 대한 의욕이 더욱 더 뜨거워졌고, 병세 호전과 함께 2010년 테스트로 한화에 재입단했다.
코치들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언제든지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 송창식은 "야구를 잠깐 쉬었을 때 야구가 얼마나 각별하고 소중한지를 알게 됐다"고 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나도 선수 시절에 코치들의 말을 안 듣고 객기를 부린 적이 있다. 창식이를 보면 나도 그때 코치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했으면 어땠을까 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은퇴 후 코치 그리고 현역로 돌아온 그는 이제 한화의 필승카드가 됐다. 그의 나이 만 27세,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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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