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롯데 자이언츠에서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스토리를 만들어낸 투수 이정민(33)이다.
이정민은 지난달 29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 8이닝 9피안타 6탈삼진 1실점 쾌투를 뽐내며 10-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투수가 된 이정민은 지난 2003년 10월 2일 대구 삼성전 이후 3254일 만의 선발승을 거두는 감격을 맛봤다.
양승호 감독은 지난달 31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이정민과 이용훈 중 한 명을 스프링캠프 명단에 넣어야 했다. 두 명 모두 성실하고 기본 자세가 잘 돼있는 선수들이라 실력과 상관 없이 후배들이 배울 점이 있기 때문에 데려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중 나이가 많은 이용훈을 스프링캠프에 데려가게 됐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이어 "이번에 보니 이정민도 이용훈에게서 조언을 많이 얻었다더라. 이용훈이 정말 투수로서 잘 갖춰진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정민은 선발승 후 "'스피드에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해준 덕분에 잘 던질 수 있었다"며 이용훈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날 양 감독은 이정민을 1군에 올린 뒷이야기도 전했다. 양 감독은 코치들에게 1군에 올릴 만한 2군 선수를 추천받았다. 그러나 항상 올라오는 선수들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 양 감독은 "진짜 절박함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추천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정민은 지난 4일 1군에 올라왔다.
두 번의 선발등판에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한 이정민은 남은 시즌 이용훈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게 된다. 양 감독은 "안타를 맞더라도 자기 공을 열심히 던지는 투수가 좋은 투수다. 둘다 그런 모습에서 후배들이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며 두 선수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정민과 이용훈 두 명 모두 2군에서의 시간이 길었던 '대기만성'형의 선수들이다. 양 감독은 "그 사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실력을 늘린 게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인고'로 표현되는 두 명의 야구 인생 자체가 어린 후배들에게는 좋은 교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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