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둑들'이 3년만에 역대 한국영화 여섯번째로 1000만 영화에 이름을 올린 것에 이어 역대 최고 한국영화 흥행작인 '괴물'의 스코어에도 도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천만 한국영화는 1위 '괴물'(1301만), 2위 '도둑들'(1239만, 1일 기준), 3위 '왕의 남자'(1230만), 4위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 5위 '해운대'(1139만), 6위 '실미도'(1108만) 등 총 여섯 편이다.

이들을 크게 '드라마파'와 '비주얼파'로 나눈다면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는 드라마파, '괴물'과 '해운대'는 비주얼파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도둑들'은 새로운 형태의 천만 영화다.
드라마파의 대표작은 2005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다. 이 영화는 천만 영화들 중 가장 뒷심이 강했고, 그 뒷심의 힘으로 1000만 돌파를 이뤄냈다는 특징이 있다. 소재, 드라마, 이슈의 힘이 맞물려 점점 폭발한 특별한 케이스였다고 할 수 있다, '왕의 남자'는 무려 45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 만큼 '왕의 남자'야 말로 진정한 천만 영화라는 평도 있다. 김기덕 감독 역시 방송 인터뷰에서 "천만 관객 영화 중 유일하게 '왕의 남자'를 인정한다"라며 "어느 단계부터 관객이 호응해 서서히 확장된 영화는 '왕의 남자'가 아닌가 싶다. 진정한 기준에서 가장 성실하게 관객을 모은 영화"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한 바 있다.
2003년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는 스케일 적으로 100억원 정도가 투입된 대작이었지만 정작 흥행에는 '실미도'라는 강렬한 소재 덕이 컸다. 1968년 창설된 '실미도 684부대'에 관한 이 영화는 사회적 이슈를 양산해내며 1000만 영화로 탄생했다.
드라마파와 비주얼파의 중간 단계로 강제규 감독의 2003년 전쟁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볼 수 있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제작비 130여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당시 스케일에 혁명을 보여줬다. 장대한 전투신 속에 가족애를 강조하는 뭉클한 감동이 있었고, 이후 대작열풍에 불을 지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장대한 비주얼과 동시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 드라마로 한국 관객들에게 어필했다. '큰 사이즈+ 감동 드라마'라는 천만 공식이 생긴 것이다.
좀 더 세련된 비주얼로 할리우드에 대항하는 한국영화의 혁명을 보여준 영화는 '괴물과 '해운대'다. 봉준호 감독의 2006년작 '괴물'은 존재하지 않는 괴물을 스크린에게 실감나게 재연하며 한국영화상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괴수영화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드라마나 어떤 주인공 배우 보다도 기억남는 것은 스크린에 생경하게 펼쳐졌던 '괴물' 그 자체다. 그 만큼 감독의 영화이기도 했다.
이어 2009년 개봉한 '해운대'는 한국 최초 재난 블록버스터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CG의 발전도와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로 개봉 전 극심한 우려 속에서도 이 같은 성과를 달성해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라는 옛말을 몸소 입증하기도 했다. '큰 사이즈+감동 드라마' 공식을 그대로 재연한 영화이기도 하다. 진부한 스토리라는 평을 얻기도 했지만, '해운대'가 보여준 도전 정신은 이후 제작되는 한국 육해공 블록버스터에 자극을 준 것만큼은 확실하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2012년, 천만 영화의 또 다른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장대한 스케일 대신 가장 화려한 '멀티 캐스팅'이라는 새로운 면모를 선보였고, 감동 눈물의 드라마 대신 쫓고 쫓기는 오락적 쾌감을 주는 케이퍼 무비를 표방했다. '도둑들'이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올라선다면, 그 만큼 달라진 트렌드나 관객들의 바뀐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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