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윤아, 이리 와봐".
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둔 LG 트윈스 덕아웃. 김기태(43) LG 감독은 갑자기 앉아 있던 정의윤(26)을 불러 덕아웃 앞 낮은 벽 위에 서게 했다.
정의윤은 김 감독이 시키는 대로 방망이를 들고와 벽 위에 섰다. 쉽게 균형을 잡지 못하던 정의윤은 조금씩 흔들거리면서도 적응한 듯 방망이를 휘둘렀다.

김 감독은 정의윤에게 "이렇게 좁은 데서도 균형을 잡고 설 수 있는데 평평한 그라운드에서 왜 균형을 잃고 스윙이 흐트러지냐"고 지적했다. 정의윤에게 짧고 굵게 가르침을 주려는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김 감독의 '실전 교훈'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정의윤이 "오늘(1일) 직구만 노려치겠다"고 하자 옆에 앉아 있던 투수 임찬규(20)를 불렀다. 김 감독은 임찬규에게 "타자가 직구만 노리면 직구를 던지겠냐"고 물었고 임찬규는 "첫 타석에서 직구 던져 맞으면 그 다음부터는 직구 안 던진다"고 답했다.
그러자 갑자기 김 감독이 정의윤과 임찬규에게 가위바위보를 시켰다. 뜬금없는 주문에도 가위바위보를 한 임찬규는 '보'를, 정의윤은 '주먹'을 냈다. 임찬규의 승리.
김 감독은 정의윤에게 "왜 주먹을 냈냐"고 물었고 정의윤은 "별 의미 없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임찬규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고 임찬규는 "의윤 형은 남자다우니까 주먹을 낼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여기서 두 선수의 다른 점을 짚어냈다. 김 감독은 정의윤에게 "가위바위보 하나를 해도 생각을 하고 해야 한다. 하물며 그라운드에서 하는 야구는 앞으로 너에게 몇 십 만원, 몇 억을 가를 수 있는 일인데 깊게 생각하고 야구를 하라"고 조언했다.
정의윤은 올 시즌 중반부터 주전으로 나서 1일 기준 2할8푼6리를 기록하며 순항했으나 최근 5경기에서 18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다. 그런 정의윤을 지켜보던 김 감독의 실감나는 '특별 처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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