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하던 접전은 자책골 하나에 깨졌다. 포항이 자책골을 기록한 제주를 꺾고 FA컵 결승에 올라 경남과 우승컵을 두고 마지막 전쟁을 치르게 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는 1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2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전에서 상대의 자책골로 2-1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승리로 포항은 지난 2008년 FA컵 우승 이후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리게 됐다. 포항은 같은 시간 열린 울산-경남전 승자인 경남FC와 오는 10월 20일 열리는 결승에서 격돌하게 됐다.

기선제압은 포항의 몫이었다. 물오른 포항의 '황카카' 황진성은 전반 3분 만에 제주의 골문을 열었다. 박성호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황진성은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키며 그대로 팀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기세 좋게 선제골을 터뜨린 포항은 중원에서부터 제주를 압박하며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는 듯 했다. 그러나 제주는 흔들림 없이 다시 허리를 추스리며 공세로 돌아섰다. 중앙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으로 끊임없이 돌파를 시도하던 제주는 서서히 점유율을 늘려가며 포항을 괴롭혔다.
결국 제주는 전반 18분 동점골을 뽑아내며 반격의 신호탄을 올렸다. 서동현이 김대호를 따돌리며 오른쪽 측면 돌파에 이어 그대로 슈팅을 때린 것을 신화용 골키퍼가 잘 막아냈지만 흘러나온 공을 놓치지 않고 달려든 자일이 그대로 골로 연결하면서 1-1 동점을 만든 것.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양 팀은 허리에서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았다. 득점 기회는 있었지만 양 팀 골키퍼들이 선방을 거듭하며 열기에 불을 지폈다. 특히 신화용 골키퍼는 전반 28분 수비수 2명을 두고 날카롭게 찬 배일환의 오른발 슈팅을 펀칭으로 막아내며 실점 위기를 넘기는 등 선방을 거듭하며 포항의 골문을 지켜냈다.
먼저 교체카드를 투입한 쪽은 포항이었다. 포항은 전반 37분 아사모아 대신 노병준을 투입, 공격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중원을 틀어쥐고 포항에 공격 기회를 쉽게 내주지 않은 제주의 미드필더들에게 막혀 득점 없이 1-1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진용을 빼고 고무열을 투입한 포항은 노병준의 돌파에 이은 패스로 황진성이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강하게 때린 황진성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어가면서 골 찬스가 아쉽게 무산됐다. 위기를 넘긴 제주도 서동현을 앞세워 1대1 골찬스를 만들어봤지만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공은 힘없이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다.
후반 초중반까지 포항이 제주의 문전을 끊임없이 두들기며 조금씩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하지만 제주 수비는 포항이 결정적 한 방을 만들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생각만큼 공격이 풀리지 않자 제주는 후반 21분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교체선수로 그동안 부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던 제주 공격의 핵 산토스를 투입한 것. 그러나 포항은 전반 후반과 달리 밀리지 않고 중원에서 제주의 공격을 끊어냈고 골이 터질듯 말듯한 분위기 속에서 1-1 교착상태가 이어졌다.
팽팽하던 균형이 깨진 것은 후반 31분이었다. 결승골을 만들기 위해 쉼없이 제주의 문전을 노리던 포항은 결정력 부족에 울던 아쉬움을 제주 한용수의 자책골로 끊어냈다. 골문 앞으로 이어진 박성호의 패스가 이를 걷어내려던 한용수의 머리에 맞아 굴절되면서 그대로 골로 연결된 것.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리드를 잡게 된 포항은 신진호를 투입하며 허리를 두텁게 하고 제주의 공격을 단단히 틀어막았다. 제주는 창단 이후 첫 FA컵 우승을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맹공을 퍼부었지만 포항의 강한 저항에 막혀 득점 없이 2-1로 패하고 말았다.
▲ 1일 전적
포항 스틸러스 2 (1-1 1-0) 1 제주 유나이티드
△ 득점=전 3 황진성(이상 포항) 전 18 자일 후 31 한용수(자책골, 이상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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