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명실상부한 특급 우완 선발이다.
'보문산 전투기' 한화 김혁민(25)이 완벽하게 연착륙했다. 김혁민은 지난 1일 광주 KIA전에서 7이닝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 역투로 팀의 3-2 승리 이끌었다. 시즌 7승(8패)째를 거둔 김혁민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3.70으로 낮추며 12번째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에이스 류현진과 함께 한화의 확실한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주목해야 할 건 김혁민의 이닝이터 능력이다. 김혁민은 선발등판한 16경기 중 12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했다. 하지만 6이닝 3자책점을 겨우 채운 수준이 아니었다. 7이닝 이상 던지며 3자책점 이하로 막은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가 무려 9경기나 된다. 브랜든 나이트(넥센·15경기)-더스틴 니퍼트(두산·14경기)-류현진(한화·14경기)-쉐인 유먼(롯데·13경기) 다음으로 이용찬(두산)과 함께 리그에서 5번째 많다. 토종으로는 류현진 다음.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가 많다는 건 선발투수로서 소화하는 이닝도 많다는 걸 의미한다. 김혁민은 선발등판한 17경기에서 평균 6.16이닝을 던졌다. 15경기 이상 선발등판한 투수 중 그보다 더 많은 선발 평균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나이트(6.95이닝)-류현진(6.62이닝)-유먼(6.48이닝)-니퍼트(6.47이닝)-배영수(6.25이닝) 등 5명밖에 되지 않는다. 토종 투수 중에서는 류현진과 배영수 다음. 이닝이터 면에서 토종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이닝이 많아진 것은 더 이상 힘으로만 승부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적절하게 맞춰 잡는 피칭으로 완급조절을 하며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로 거듭난 것이다. 투수코치 시절부터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한용덕 감독대행은 "완급 조절하는 능력이 생겼다.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이 생기며 전체적으로 좋아졌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실제로 김혁민의 9이닝당 탈삼진은 지난해 9.23개에서 올해 6.25개로 3개 가량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에 맞춰 9이닝당 볼넷을 3.92개에서 2.84개로 눈에 띄게 낮추며 안정된 제구력과 맞춰잡는 피칭이 가능해졌다. 이닝당 투구수도 16.8개에서 15.8개로 하나 정도 줄었고, 선발투수로서 효율적인 피칭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도 "김혁민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승수가 조금 아쉽지만 투구 내용이 향상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낄만하다"며 "원래 구위는 하나는 좋은 투수였다. 이승엽도 '대포알처럼 들어온다. 일본에서도 흔치 않다'고 말할 정도로 직구의 힘이 좋다. 포크볼이 제구되는 날에는 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혁민은 "시즌 끝날 때까지 꾸준하게 잘 해야 진짜 잘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시즌 전 "올해 못 하면 군대가야죠"라는 각오로 시작한 그에게 2012년은 내년과 내후년을 기대케 하는 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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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