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릿 제도가 없이 그냥 리그로 시즌을 소화해도 승강제만 있으면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시즌은 K리그 역사에 있어 길이 남을 한 해다. K리그 사상 처음으로 강등제가 시작되는 것.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이번 시즌 15위와 16위를 강등시켜 2부리그를 구성하겠다는 초안을 잡은 상태다. 그리고 2013년에는 2개 팀을 더 강등시켜 1부리그를 12개 팀으로 운영하고, 그 다음해부터는 1부리그와 2부리그의 승강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연맹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서 시행 중인 스플릿 제도를 도입했다. 16개 구단이 30라운드를 소화해 그 결과로 상위 8개 구단과 하위 8개 구단을 나눈 것. 상위 그룹으로 분류된 팀은 강등 걱정 없이 리그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기 위해, 하위 그룹은 강등을 당하지 않기 위해 14라운드를 더 소화한다.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K리그가 30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중간 평가는 합격점에 가깝다. 시즌 중반이 되면 중하위권 팀들의 경기력이 급격하게 저하되던 것과 달리 승점을 1점이라도 따내기 위해 매 경기를 결승전과 같이 접전을 펼치게 된 것. 특히 30라운드서 4개 팀이 상위 그룹에 들기 위해 치열한 경기를 벌인 것은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은 조금은 다른 생각을 전했다. 최근 매 경기의 치열함과 순위 경쟁의 재미는 스플릿 제도로 인한 것이 아니라 승강제 때문이라는 것. 김 감독은 "스플릿 제도가 좋다기 보다는 승강제가 있어서 좋은 것이다. 스플릿 제도가 없이 그냥 리그로 시즌을 소화해도 승강제만 있으면 재미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승강제가 없다면 15위와 16위의 차이가 없게 된다. 그저 똑같은 처지로 그 경기는 긴장감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예전과 같이 성적으로 드래프트 순위를 정하게 되면 오히려 패배하려는 부작용도 생긴다. 하지만 승강제가 있어서 한 경기의 결과로 웃고 울게 됐다. 승강제는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활성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스플릿 제도는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의 하나일 뿐이지 필요 조건은 아닌 것. 스플릿 제도는 16개 구단들이 4차례씩 맞붙자니 너무 경기가 많고 3차례씩 하자니 홈 앤드 어웨이 원칙에 어긋나 적정 게임수를 확보하기 위해 연맹이 도입한 방안이다.
즉 경기의 재미 여부와 스플릿 제도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말이다. 승강제만 있다면 스플릿 제도의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각 팀들의 치열한 경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김 감독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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