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서 이렇게 많은 대사를 해본 적이 드물었는데...”
MBC 주말드라마 ‘무신’ 속 폭군 최항 역을 연기했던 배우 백도빈(34)은 후반에 접어들면서 비중이 늘어난 것이 고맙지만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무신’은 30년 대몽항쟁사 속에 고려 최고 권력자로 등극하는 김준(김주혁 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막부 제 3대 주군인 최항은 김준이 최고 권력자에 오르기까지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 폭정을 일삼으며 김준과 대립했던 최항은 지난 1일 방송된 52회에서 결국 죽음을 맞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작품이니까 공허하고 시원섭섭하네요. 급행열차를 탄 기분이랄까요. 최항이 처음에는 주색잡기를 좋아하는 망나니였잖아요. 주군이 된 후에는 폭군이 됐고요. 악다구니를 쓰는 장면이 많아서 정신적으로, 그리고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백도빈은 점점 권력에 미쳐 광기 어린 집착을 하는 최항을 연기했다. 극의 전개상 중반부에 잠시 등장하지 않았던 그는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대본을 보고 방송을 챙겨가면서 9개월여 동안 최항으로 살았다. 그렇게 갈고닦은 백도빈이 보여준 패악연기는 시청자들에게 전율을 안겼다.

그는 “처음에는 이렇게 비중이 크고 대사가 많을 줄 몰랐다”면서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러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드라마는 처음 기획의도와 달리 극이 진행되면서 배역의 비중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최항이 주인공 김준이 최고 권력자가 되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긴 해도 자신이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이야기 전개가 될 줄 몰랐다는 것. 배우 백도빈의 진가를 보여줄 기회가 왔고, 묵묵히 준비했던 그는 정말 극악무도한 최항이라는 인물을 기대이상으로 표현했다.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 꼼꼼히 챙겨보거든요.(웃음)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이 많을 줄 몰랐습니다. 칭찬도 연기에 대한 지적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연예인 가족으로 산다는 것
백도빈은 잘 알려졌다시피 아버지 백윤식(65), 아내 정시아(29), 동생 백서빈(28)까지 가족이 모두 배우다. 연예인에게 공인의 책임감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연예인 가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그는 “우린 한명이 아니라 가족이니깐 대중과 소통할 때도 책임감이 따른다”면서 “사랑을 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보답하기 위해 봉사를 한다든지 좋은 일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윤식은 여느 한국 아버지처럼 감정 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아들에게도 좀처럼 많은 조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한마디가 아들 백도빈에게는 크게 와 닿는다.
“지금까지 제 연기를 보고 직접적으로 말씀해주신 것은 없으셨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잘 봤다고, 고생 많이 했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많은 의미가 내포된 말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백도빈에게는 아들 준우 군과 딸 서우 양이 있다. 최근에는 바쁜 와중에도 서우 양의 백일 사진을 촬영했다. 드라마가 끝났으니 이제 백도빈은 아빠로 돌아가야 한다. 아내 정시아가 아이들을 돌보느라 많이 힘들었다고 걱정을 하는 참 멋있는 남편, 자상한 아빠다.
“아이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조금만 더 크면 아빠와 안 놀려고 할 것 같으니깐.(웃음) 지금 아이들과 놀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즐기려고요.
백도빈 본인도 아버지를 따라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만약에 그의 아이들이 배우를 하고 싶다고 하면 만류할 생각은 없단다. 그는 “아이들의 신념이나 의지가 확고하다면 굳이 반대할 생각 없다”면서 “아이들의 인생이니까 아이들이 선택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백도빈은 2004년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으로 데뷔한 후 어느덧 10년 가까이 연기를 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쉬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연기하는데 있어서 시행착오도 있고 고민하는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연기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비중이 크든 작든 연기자로서 쓰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앞으로도 쓰일 수 있는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강렬한 역을 한 까닭에 차기작에서는 소소한 인물을 표현하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그는 “그동안 극단적인 인물을 많이 연기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평범한 인물을 표현하고 싶다”면서 “아직 차기작이 결정되지 않았는데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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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