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새까맣게 탔다. 입술도 부르텄다고 너스레다. 짐 정리에 인사에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표정만은 밝았다. ‘가을동화’ 조동화(31, SK)의 올 시즌 1군 첫 날 풍경이었다.
무릎 부상으로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났던 조동화는 1일 엔트리 확대에 맞춰 1군에 올라왔다. 지난해 9월 20일 사직 롯데전에서 이대호(오릭스)가 친 뜬공을 잡으려다 왼쪽 무릎을 다치는 큰 부상을 당한 뒤 346일 만의 1군 복귀다. 선수생활의 위기가 될 만한 큰 부상을 딛고 일어섰다는 점에서 의미는 더 특별하다.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했고 1년 가까이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이겨냈다. 지난 8월 23일 퓨처스리그 송도 두산전에 출전하며 복귀전을 치렀고 퓨처스리그 3경기에 출장한 뒤 곧바로 1군으로 올라왔다. 예상보다는 빠른 부름이다.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정상을 찾았음을 의미하는 대목이자 그만큼 팀이 조동화의 복귀를 기다렸다는 뜻도 된다.

빠른 발과 수비능력, 그리고 풍부한 큰 경기 경험까지 갖춘 조동화는 SK 외야의 활력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다. 조동화는 “통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아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1군 복귀에 대한 설렘까지 숨기지는 않았다. 조동화는 “많은 사람들이 부상 전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 한다. 믿어주시는 만큼 최대한 열심히 하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조동화는 1일 문학 두산전에서 8회 대주자로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10회 1사 2루의 기회에서 타석을 맞이했으나 대타 조인성으로 교체되며 경기에서 빠졌다. 공식기록상으로는 득점도, 타석도 없다. 하지만 관중석에서는 오랜 인내 끝에 다시 선 조동화를 향한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가을동화'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라는 조동화의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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