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두려운 팀 없어, 우리 스스로가 무서워"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09.02 11: 24

"두려운 팀이 없다. 우리도 지금의 우리가 무섭다고 느껴진다"
김병지(42, 경남 FC)가 다시 한 번 웃었다. 김병지는 지난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FA컵 준결승 울산 현대와 원정경기서 무실점으로 골대를 지켜내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김병지의 활약에 경남은 4년 만에 FA컵 결승전에 진출, 창단 후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코 앞으로 다가온 우승이라는 말은 김병지와 같은 백전 노장에게도 설레는 단어였다. 기쁨에 못 이겨 웃음을 가득 안고 나타난 김병지는 "현재 팀 분위기를 말하자면 200% 업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팀에 대한 희생과 팀워크 모두가 결승에 맞춰져 폭발적인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남의 FA컵 결승행 원동력을 설명했다.

김병지는 경남의 최고참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특히 명확한 목표가 생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김병지에 대한 선수들의 정신적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지는 "후배들에게 항상 한 경기, 한 경기가 1년의 농사라고 말한다. 하지만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10년의 농사라 이야기했다"며 "선수 생활의 추억이 이 두 경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나 같은 경우에도 선수 생활을 오래 했지만 우승 추억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우승을 한다면 선수로서 경력에 귀중한 발자취로 남을 거고, 특히 경남에서 발자취는 오랫동안 남다르게 남을 거라고 강조했다"고 답했다.
울산은 김신욱과 이근호를 비롯해 이승렬 등 전현 국가대표로 공격진을 꾸려 경남을 공략했다. 하지만 경남 수비진과 김병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울산전 무실점은 경남 수비진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김병지는 "신욱이와 근호, 승렬이 등 이름값을 하는 선수들 대부분이 대표 출신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조직력이 갖춰져 있었다. 루크가 빠지긴 했지만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알았다"며 "신욱이를 (윤)신영이가 막으면 정다훤과 강민혁이 커버 플레이를 들어갔다. 그리고 수비는 4명만이 하는 것이 아닌 만큼 미드필더들이 압박을 가해주며 협동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물론 신욱이가 제공권을 장악했지만 예상했던 만큼 그 뒤의 일에 대해 철저히 준비한 덕분에 상대 공격진이 좋음에도 무실점으로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전 승리의 원동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전술 외적인 부분도 존재했다. 바로 절실함과 축구에 대한 애정이었다. 한국 경제가 악화되어 경남의 메인 스폰서 STX의 후원 규모가 적어지면서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선수들은 오직 '축구'만을 외쳤다.
김병지는 "우리에게 FA컵에 걸린 것이 크다. 우린 수당 없이 여기까지 왔다. 그런 걸 말하면 주위에서는 프로 선수가 수당이 없이 경기를 한다고 웃는다. 그리고 동기부여가 안 되는데 어떻게 강한 팀과 경기를 하냐고 한다. 물론 그런 동기부여가 됐으면 하는 것도 있다.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가 수당 때문에 축구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슬로건은 '어렵지만 축구를 한다'다. 후배들 모두가 '미친듯이 하자', '사고치자', '오늘 그라운드서 죽고 나온다'를 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것들이 우리가 가진 능력이다. 두려운 팀도 없다. 우리도 지금의 우리가 무섭다고 느껴진다. 감독님이 주문하시는 것도 '축구를 하자', '보람을 찾자'는 말이다. 현재의 우리에게는 그 한 마디면 된다. 런던 올림픽 한일전서 일본이 다리를 올리면 우리는 머리로 나갔다고 한다. 그런 걸 우리가 하고 있다. 감독님이 우승을 한다는 목표를 둔 만큼 우리에게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감독님이 원하는 좋은 선물을 하고 싶다"고 결승전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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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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