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5년 연속 가을야구가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는 2일 사직구장에서 LG 트윈스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롯데의 7-2 승리, 이날 롯데는 승리를 거두면서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1위 삼성과의 게임차는 5.5경기, 3위 SK와는 2경기 차로 벌리고 2년 연속 정규시즌 2위에도 도전한다.
특히 롯데는 최근 10경기에서 7승 2패 1무, 승률 7할7푼8리의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한 발 다가섰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3.8점으로 득점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경기당 2.2점만 허용한 마운드의 힘으로 버텼다. 이제 5위 KIA와의 차이는 5.5경기. 롯데가 남은 24경기에서 5할 승률을 유지했을 때 KIA가 롯데를 앞지르려면 20승 8패, 승률 7할1푼4리를 거둬야 한다.
롯데에 2일 LG전 승리가 더욱 달콤했던 이유는 그동안 부진했던, 하지만 반드시 부활해야만 했던 투타 핵심의 활약으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는 6⅔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7승을, 전준우는 홈런 2개를 쏘아 올리며 시즌 첫 멀티홈런을 쳤다. 양승호 감독이 시즌 내내 그들의 부활을 바란 가운데 9월이 돼서야 드디어 응답한 것이다.

▲ 사도스키, 시즌 첫 무실점투
올해 한국무대 3년차를 맞은 우완투수 라이언 사도스키는 한국에 완벽하게 적응을 마쳤기에 더욱 좋은 활약을 보여 줄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양승호 감독도 시즌 전 "다우(사도스키의 애칭)가 첫 해 10승, 작년 11승을 했으니 올해는 12승 해 주지 않겠냐. 10승 정도는 해 줄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개막 후 7경기 연속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 결국 5월 20일 사직 KIA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이후 7월 초까지 5연승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리나 싶었지만 8월 5경기서 2패만 추가하며 다시 부진에 빠졌다. 이닝 소화능력까지 떨어지며 불펜 부담이 가중됐고, 2군행에 대한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도스키는 9월 첫 경기에서 호투를 펼치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2일 사직 LG전에서 사도스키는 6⅓이닝 3피안타 9탈삼진 1볼넷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7-2 승리의 견인차가 됐다. 사도스키는 7월 26일 대전 한화전 이후 한 달 여만에 승리를 추가하며 시즌 7승을 거두고 10승 달성의 희망을 이어갔다.
특히 사도스키는 올 시즌 첫 무실점 경기를 했다. 5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두긴 했지만 사도스키가 선발로 나와 점수를 한 점도 허용하지 않은 건 지난해 7월 14일 사직 한화전(6⅔이닝 무실점 승)이후 처음이다. 무실점의 원동력이 된 것은 정교한 제구력이다. 볼넷을 1개만 내준 가운데 슬라이더와 투심 패스트볼이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내며 수비게 경기를 끌고갔다.
앞으로 한 달이면 정규시즌은 끝난다. 그리고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상황, 사도스키는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에서 3경기 14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1.93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슬로스타터인 그는 역대 9월 성적이 4승 2패 평균자책점 2.98로 모든 달 가운데 가장 좋다. 찬바람이 불면 강해지는 사도스키의 부활에 롯데가 웃는 이유다.
▲ '아빠의 힘으로' 전준우, 시즌 첫 멀티홈런
마운드에 사도스키가 있었다면 타석에는 전준우가 있었다. 전날(1일) 전준우는 아내 김미경 씨의 출산을 앞두고 하루 휴가를 받았고, 그토록 기다리던 딸과의 첫 대면을 했다. 하루만에 '아빠'가 된 전준우는 올 시즌 처음으로 멀티홈런을 치는 등 펄펄 날았다.
전준우는 팀이 3-0으로 앞선 5회 선두타자로 등장, LG 선발 벤자민 주키치를 상대로 81일 만에 시즌 4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것으로도 모자랐던지 전준우는 8회 이상열을 상대로 다시 5호 중월 솔로포를 날리며 세상에 나온 딸에게 최고의 선물을 했다. 지난 2010년 5월 7일 사직 두산전 이후 849일 만의 개인 통산 2번째 멀티 홈런 기록이다. 이날 4타수 3안타(2홈런) 2타점 3득점을 기록한 전준우는 방망이로 팀 승리를 도왔다.
올 시즌 전준우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지난 2년 동안의 활약으로 중심타선으로 활약해 줄것이란 기대를 모았고 실제로 4월에는 타율 3할2푼1리 1홈런 10타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이유없는 슬럼프가 찾아왔다.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져 상체와 하체가 따로 움직인다는 지적도 받았고, 슬럼프 극복을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좀처럼 타격 컨디션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2군에 다녀오기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그 동안 마음고생도 많았던 전준우는 아내의 순산과 함께 마음의 짐을 벗어버린 모습이다. "최근 밸런스가 좋았지만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간 게 많아 아쉬웠다"는 전준우는 "컨디션이 좋았다. 아기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니 심리적으로 안정된 것 같다"고 홀가분한 마음을 드러냈다.
남은 건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제 시즌만 잘 치르면 된다"고 각오를 다진 전준우, "너무 부진했기에 남은 한 달 몰아치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1999년 이후 한국시리즈 진출이 없는 롯데, 팬들의 강한 열망에 올해는 '응답'할 수 있을까. 그 키는 사도스키와 전준우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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