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2위' 이대호, '2006년 승엽 恨' 풀어줄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9.03 06: 33

오릭스 버펄로스 이대호(30)의 침묵이 장기화되고 있다. 그동안 홈런왕 경쟁자는 그를 앞질러갔다.
이대호는 2일 일본 센다이 크리넥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쿠텐 골든이글스 전에서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한때 3할을 훌쩍 넘겼던 타율도 이젠 2할8푼6리까지 떨어졌다. 지난주 성적은 5경기 타율 1할5푼(20타수 3안타), 타점은 1점도 추가하지 못했고 득점 1점만을 올렸다. 삼진은 단 1개도 당하지 않았지만 볼넷도 1개밖에 얻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데는 체력적인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7월 이대호는 21경기서 77타수 26안타 타율 3할3푼8리 7홈런 18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그 결과 퍼시픽리그 7월 MVP로 선정,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2번이나 MVP에 뽑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8월에는 하락곡선을 그렸다. 25경기에서 타율 2할3푼4리(94타수 22안타) 3홈런 15타점에 그친 이대호는 타율이 3할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올 시즌 이대호는 오릭스가 치른 117경기 모두 4번타자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전경기 4번타자 출장은 넥센 박병호 한 명밖에 없을 정도로 귀한 기록이다. 한국보다 시즌이 길고 이동거리가 먼 일본에서는 더욱 대접받는 기록이 전경기 출전이다. 자연히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페이스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승엽과 김태균도 시즌 막판 체력문제로 고전한 바 있다.
현재 이대호의 홈런 개수는 일주일 째 21개에 멈춰있다. 그 사이 홈런왕 경쟁자인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는 홈런을 몰아치며 지난달 31일 22호 홈런을 기록, 이대호를 앞지르는 데 성공했다. 홈런 타이틀을 빼앗긴 데는 8월 중반 침묵이 결정적이었다. 지난달 8일 시즌 20호 홈런을 기록했던 이대호는 18일이 지난 26일에야 21호 홈런을 쳤다.
나카무라가 어깨 부상으로 2개월 가까이 출전하지 못한 사이 이대호는 홈런을 차곡차곡 쌓아 한 때는 4개까지 차이를 벌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카무라는 부상에서 돌아온 뒤 무서운 페이스로 홈런을 기록, 결국 이대호를 앞지르고 말았다.
시즌 타율은 2할3푼4리로 높지 않지만 홈런을 뽑아내는 능력 만큼은 일본 최고의 선수가 바로 나카무라다. 2008년 46개, 2009년 48개로 홈런왕을 차지했던 나카무라는 2011년 바뀐 공인구 속에서도 48개의 홈런을 뽑아내 세 번째로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당시 리그 홈런 2위인 마츠다 노부히로는 25개, 그리고 지바 롯데 마린스의 팀 홈런은 46개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나카무라의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여기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게 2006년 홈런왕 레이스를 펼친 이승엽(당시 요미우리)과 타이론 우즈(당시 주니치)다. 한국에서도 수차례 홈런왕 경쟁을 벌여 라이벌구도를 형성한 두 타자는 2006년 일본에서 다시 붙었다. 이승엽은 6월 홈런선두로 나선 뒤 8월까지 31홈런으로 우즈보다 8개나 앞서 사실상 홈런왕을 차지하나 싶었다. 그렇지만 8월 말 무릎부상이 도지며 페이스가 떨어져 남은 시즌에서 홈런 10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고, 우즈는 무려 24개를 쳐 한국인 최초 홈런왕 타이틀을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잔여일정도 불리하다. 이대호는 27경기를 남겨뒀고 나카무라는 30경기가 남았다. 또한 이대호는 오릭스 타선에서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어 더욱 심한 견제가 예상된다. 그렇지만 아직 단 1개의 차이,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게 야구다. 2012년 일본 퍼시픽리그 홈런왕 레이스에서 이대호가 6년 전 선배 이승엽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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