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가 FA컵 결승 진출 좌절의 아픔을 잊기 위해 통영으로 떠난다.
울산은 지난 1일 홈에서 열린 경남 FC와 FA컵 준결승에서 0-3으로 완패했다. 뼈 아픈 패배였다. 객관적인 전력상 월등하게 앞서지만 3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이근호와 김신욱 같은 국가대표팀 공격진을 갖추고도 골을 넣지 못했고, 특유의 탄탄한 수비는 경남의 빠른 침투에 힘을 쓰지 못했다.
김호곤 울산 감독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당초 김 감독은 FA컵 결승에 진출해 FA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초점을 맞추고 후반기를 소화할 예정이었기 때문.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할 경우 내년도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만큼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경남전에서 패배하며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15일 시작되는 31라운드부터 일정 관리에 애를 먹게 된 것. 울산은 15일 경남으로 원정을 떠나고, 19일에는 홈에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갖는다. 당장 경남전에서 복수극을 펼치고 싶지만 이날 총력을 쏟을 경우 알 힐랄전이 문제가 된다. 반대로 경남에 복수를 하지 못한다면 팀의 사기에도 문제가 생긴다.
김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결국 잠시 동안은 모든 걸 잊기로 했다. 숨 쉴 틈도 없이 계속 달려온 만큼 여유를 갖기로 한 것. 울산 선수단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휴가로 휴식을 취하고, 5일부터는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경남 통영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김 감독은 "항상 같은 곳에서만 훈련을 했다. 이번에는 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훈련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울산에 통영은 기분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지난해 6강 플레이오프가 열리기 전 4일 동안 통영서 훈련을 소화한 울산은 매 경기를 승승장구해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 준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6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턱걸이 했던 울산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성과였다. 또한 통영이 김 감독의 고향인 만큼 김 감독으로서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차후 일정을 대비하는 데 매우 좋은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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