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천국’에 왼손이 없다? SK의 대책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03 12: 50

한 때 좌완투수의 천국이라고 불렸던 SK가 이제는 왼손이 없어 고민에 빠졌다. 1년 사이에 돌변한 상황에 SK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아직은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SK의 황금기에는 좋은 좌완들이 많았다. 특히 불펜에서 왼손의 비중이 컸다. 가득염 이승호 정우람 고효준 전병두 박희수로 이어져 내려오는 왼손계보는 SK ‘벌떼야구’의 핵심들이었다. 이들은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뒷문을 책임지며 적시적소에 흐름을 끊어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지난해만 해도 SK 불펜에는 좋은 왼손 자원들이 넘쳐났다. 정우람은 68경기에서 94⅓이닝을 던지며 변함없이 마당쇠 역할을 했고 이승호도 51경기에서 64⅓이닝을 소화했다. 선발과 구원을 오고 간 고효준과 전병두는 롱릴리프 역할로 불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여기에 시즌 중반에는 박희수까지 가세했다. 리그 제일의 왼손 불펜이었다. 모두 1이닝 이상은 능히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기에 벤치의 불펜 운용도 계산이 편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딴판이다. 불펜에 좌완이 사라졌다. 분명 정우람과 박희수라는 리그 제일의 왼손 불펜 요원들이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양적으로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크다. 2일 현재 SK의 엔트리에 등록되어 있는 14명의 투수 중 좌완은 4명이다. 선발 요원으로 분류되는 김광현을 빼면 불펜에 남아있는 선수는 정우람 박희수 김준밖에 없다. 그나마 김준도 1일 확대 엔트리 시행에 맞춰 1군으로 올라왔고 등록 이후 아직까지 출장은 없다.
물론 ‘왼쪽 날개’의 약화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일이다. 이승호가 FA를 통해 롯데로 이적했고 전병두는 지난해 말 왼쪽 어깨에 칼을 대 사실상 올 시즌은 출전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SK는 시즌 전부터 김태훈 허준혁 등 신진급 왼손투수들을 육성하기 위해 땀을 흘렸다. 그러나 죄다 기대에 못 미쳤다. 
결국 8월부터는 아예 정우람과 박희수 두 명으로 왼손 불펜진을 끌어오고 있다. 정우람이 마무리로 뛰고 있어 경기 중반에 투입할 수 있는 왼손투수는 박희수 하나다. 박희수도 보호가 필요함을 감안하면 상황에 맞는 불펜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상대팀들은 좌타 대타 작전으로 SK를 괴롭히고 있다.
이런 불펜의 좌완 가뭄은 SK의 경기 중반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접전 상황에서는 더 두드러진다. 지난 8월 26일 넥센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SK는 1-1로 맞선 8회 이성열에게 결승 2점 홈런을 맞고 졌다. 홈런을 허용한 투수는 임경완이었다.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지만 옆구리 투수는 좌타자에게 비교적 약하다는 것이 상식. 그러나 SK는 이미 7회에 박희수를 쓴 상황이었고 동점상황에서 마무리 정우람을 올리기는 부담이 있었다. 남은 좌완 불펜요원은 하나도 없었다. 
이만수 SK 감독도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이 감독은 “좌타자가 나오면 좌완을 투입하는 방식의 투수운영은 잘 하지 않는다. 지난해 감독대행시절부터 그랬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우타자가 나오면 이영욱을, 좌타자가 나오면 김준을 투입하는 시나리오는 있는데 쉽지가 않다. 잘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분명히 고민은 있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일단 상황에 맞는 투수운영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어차피 새로 가세할 왼손투수가 마땅치 않은 만큼 구위가 좋은 투수를 중심으로 불펜을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감독은 “우리팀 투수들의 능력을 보는 것이 우선이다. 좌우는 상관없이 능력이 되는 투수들도 밀고 나가겠다. 어차피 왼쪽이 부족해 과감히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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