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떨어졌다" 전문가들이 보는 박찬호 부진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9.03 17: 48

결국 체력의 한계인가.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8월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잠실 LG전 5승쨰를 거둔 이후 5경기에서 4연패하며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개막 후 처음으로 5점대(5.07)까지 치솟았다. 이는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2명 중 가장 높은 수치. 특히 최근 5경기 모두 홈런 맞는 등 이 기간 피홈런 7개에 평균자책점은 10.80에 달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 심판위원들, "슬라이더가 제대로 안 꺾인다"

투수의 공을 바로 가까이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심판위원들은 박찬호에 대해 "볼끝의 힘이나 움직임이 시즌 초반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모 심판위원은 "초반보다 볼끝 힘이 확실히 떨어진다. 스피드가 나지 않으니까 슬라이더가 꺾이는 움직임이 밋밋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판위원도 "볼에 힘있을 때에는 슬라이더가 잘 꺾였고, 타자들이 제대로 못 맞췄다. 하지만 이제는 타자들도 툭툭 잘 갖다맞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즌 첫 17경기와 최근 5경기에서 박찬호를 상대한 타자들의 헛스윙 비율은 7.8%에서 6.4%로 하락했다. 반대로 파울의 비율은 15.9%에서 17.8%로 상승했다. 특히 투스트라이크 이후 커트된 파울의 비율이 5.1%에서 9.2%로 눈에 띄게 늘어났다. 풀카운트 승부도 12.2%에서 17.1%, 5구 이상 승부도 36.7%에서 41.0%로 올랐다. 타자들이 박찬호의 공에 속지 않으며 끈질기게 물고늘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닝당 투구수도 17.1개에서 20.0개로 증가했다. 투구수는 늘어나고 힘은 떨어지는데 한계 투구수에 빨리 다다르고 있다. 
▲ 양준혁 위원, "떨어진 팔 각도, 공 밀어던진다"
 
지난 2일 한화-KIA전을 중계하며 박찬호의 피칭을 지켜본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시즌 초반에는 볼끝에 힘이 실려있었는데 지금은 밋밋해졌다"고 심판위원들과 공통된 문제를 지적한 뒤 "팔 각도가 낮아졌다. 지금은 공이 횡으로 힘없이 들어온다. 특히 투심 패스트볼이 몸쪽으로 제대로 안 휘어 들어온다. 타자들이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김선빈의 1회 솔로 홈런도 박찬호의 밋밋하게 높게 들어온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한 것이다. 
양준혁 위원은 "볼 스피드가 144~145km 이상 나오면 타자들이 빠르다고 느낀다. 그러나 지금은 137~141km 사이에 머물고 있으니 타자들에게 위협이 못 된다. 시즌 초반에 비해 팔 각도도 많이 낮아졌다. 공을 잡아채지 못하고, 밀어던지는 모습"이라며 "직구의 힘이 떨어지니 투심이나 슬라이더도 함께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박찬호의 145km 이상 공은 146km가 나온 최고 구속 딱 1개 뿐이었다. KIA 타자들은 박찬호의 공을 받쳐놓고 쳤다. 
▲ 6년만의 선발 풀타임, 지칠 만한 시기
 
양준혁 위원은 "원래 이 시기는 대다수 선수들이 지치고 힘이 떨어질 때다. 찬호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찬호는 올해 우리나이로 불혹이다. 불혹의 나이에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하지만 나이를 속일 수 없는 법이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힘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허리 통증을 일으켰고 지난달 중순에는 팔꿈치에 묵직함을 느끼는 등 몸에도 이상이 찾아왔다. 
또 하나, 오랜만의 풀타임 선발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박찬호는 2006년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 이후 풀타임 선발을 소화한 적이 없다. 2008~2010년은 불펜 투수로 뛰었고,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부상 때문에 6월 이후 1군에 오르지 못했다. 무려 6년만의 풀타임 선발 시즌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페이스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 양준혁 위원은 "등판간격을 여유있게 하는게 어떨까 싶다. 한화 벤치에서도 충분히 생각해 놓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aw@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