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진입' 이정민, 롯데 가을야구 키맨?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9.04 06: 38

인고의 시간을 보낸 베테랑의 깜짝 호투,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준비된 선수만이 누릴 수 있는 환희였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이정민(33)은 29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팀의 10-1 승리를 이끌었다.
롯데로서 이정민의 호투가 반가운 이유는 선발투수가 한 명 더 생겼기 때문이다. 2군으로 내려간 고원준은 사실상 올해 선발진 합류가 요원해졌고, 후반기 등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용훈은 선발로 예정됐던 2일 사직 LG전에서 불펜으로 등판해 아직 컨디션이 완전치 않음을 보여줬다.
양 감독은 "남은 시즌 이정민에게 선발 한 자리를 맡겨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힌 상황. 기존 선발진인 유먼-송승준-사도스키에 이정민까지 선발진에서 기회를 얻었고, 이용훈이 컨디션을 되찾는다면 롯데는 잔여시즌 일정을 5선발로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전제조건은 이정민이 호투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번 이정민의 등판은 프로데뷔 후 최고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고구속 148km의 직구는 힘이 있었고 무엇보다 제구력이 돋보였다. 주형광 투수코치는 "원래부터 볼은 좋았던 선수다. 거기에 공이 낮게 들어간 덕분에 상대 타자들이 공략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고 호투의 비결로 낮게 던진 제구력을 꼽았다.
이정민은 꿈에 그리던 1군 선발진에 합류, 호투로 시즌막판 기회를 받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젊은 유망주 투수가 아닌데다 팀이 한창 순위싸움 중이기 때문에 이정민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는 없다. 당장 1~2경기에서 부진하면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야 할 가능성이 높다. 프로데뷔 후 주로 전천후 불펜으로 활약했던 이정민은 당장 선발투수로 신체리듬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올해 전반기 롯데 선발진을 떠받친 이용훈(35)이 계속 기회를 받을 수 있었던것도 첫 선발등판에서 잘 던진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덕분이다. 시즌 첫 선발이었던 4월 15일 사직 두산전에서 7⅓이닝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냈던 이용훈은 이후 3경기에서 불펜으로 나오다 5월 5일 문학 SK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다시 잘 던지고 나서야 완벽하게 선발진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 전까지 "아무래도 불안해서 이용훈을 일찍 내릴때가 있다"고 말하던 양 감독은 이후 이용훈에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정민이 신뢰를 얻기위한 조건은 경기의 승패보다는 최소 5이닝 이상 소화하며 경기에 계산이 설 정도로 던져주면 된다. 4일 KIA와의 홈경기에 이정민은 강속구 투수 소사와 맞대결을 펼치지만 중요한 건 상대선발이 아닌 상대타자들이다. KIA는 2일 광주 한화전에서 13득점을 뽑아내 타격페이스를 끌어올린 상황, 분명한 건 SK전에서 보여줬던 제구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호투를 기대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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