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승해서 어떤 득이 될지 의문이다. 이기기 위해 밤새 작전을 짜고 연구하지만 막상 경기장에 들어서면, 그리고 아마야구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런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청소년 대표팀의 사령탑 이정훈(49, 천안북일고) 감독이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 대한 미미한 관심과 아마야구 지원 부족에 대한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이 감독은 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A조 콜롬비아전에 앞서 라이벌 팀들의 전력과 팀 운용 방안 등을 밝히다가 관중석을 돌아보고는 아쉬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감독은 “관중석에 저승사자들만 왔나보다. 정말 관중석에 사람이 너무 없다”며 아쉬움을 전하면서 “이 대회를 통해 우리가 과연 무엇을 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부터 잠실구장과 목동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이 대회는 프로야구에 한참 못 미치는 관중 동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경기 역시 오후 6시에 열렸지만 좌석 점유율은 고교야구 전국대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사실상 동문회를 통한 관중동원조차 없기 때문에 관중석의 열기는 국가대항전임에도 전국대회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어 이 감독은 프로구단 역시 일반 팬들과 마찬가지로 아마 야구에 너무 무관심하다고 개탄했다. 이 감독은 “롯데 구단을 비롯해 프로구단 사장들이 아마야구 인프라를 걸고 넘어 지는데 정말 관심이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 프로구단과 협회에서 정말 아마야구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축구협회처럼 해외 전지훈련이라도 보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아마야구가 체계적으로 돌아가야 대스타가 육성된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로에서 순수 신인왕이 나오지 않는 것만 봐도 아마야구가 얼마나 뒤처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8년부터 천안북일고 감독을 맡은 이 감독은 천안북일고를 고교야구 최강팀으로 만들었다. 수차례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매년 많은 선수들을 프로구단에 입단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갈수록 고교야구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이 감독은 “고교야구 감독을 맡은 후 매년 고교 선수들의 수준이 내려가는 중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아마야구 문턱은 계속 낮아지고 프로 문턱은 자꾸만 높아질 것이다”며 “프로팀의 사장, 단장, 감독들 모두 말로만 아마 야구를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실정을 봐야한다. 어차피 지금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은 프로구단에 갈 선수들 아닌가. 대표팀에 들어갈 만한 고교선수 2명씩이라도 9개 구단이 스프링캠프때 데려가서 기본기 연습을 시킨다면 아마야구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 모두가 결국에는 프로구단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프로구단 사장들이 선수들의 사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다시 한 번 한산한 관중석을 바라보면서 “프로 구단들은 800만 관중을 동원하고 입장수입이 얼마라는 기사를 보고 좋아하겠지만 프로에 대한 근간이 없는 상황에서 마냥 좋다고 할 만한 일인지 모르겠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결승에 올라가도, 그리고 우승을 해도 뭐가 남을지 속상할 뿐이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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