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만 할 수 없다.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 류현진(25·한화)의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연일 류현진의 등판날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류현진 스스로도 이제는 "기회가 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의사 표명을 확실히 했다.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류현진의 실력과 명성은 익히 알려져있다. 관건은 포스팅 금액이 어느 정도 되느냐와 한화 구단의 동의.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많다.
▲ 현실적인 눈높이 필요

류현진을 바라보는 메이저리그의 평가는 어느 정도일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메이저리그 2~3선발급이다. 메이저리그 어떤 팀에 가더라도 주축 투수로 대접받을 수 있다", "좌완의 특수성, 탁월한 경기운영능력, 투구수 120개까지 소화하는 이닝이터, 완급조절 능력, 변화구 구사력, 정신력(멘탈)까지 모든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천웨인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 때문에 몸값 치솟고 있다"며 대단히 높게 평가하는 듯하다.
하지만 모 관계자는 "스카우트들의 말은 대부분이 다 감언이설이다. 거기에 넘어가서 눈높이를 너무 높게 잡으면 안 된다"며 "메이저리그에서 진짜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라면 책임자가 직접 찾아오게 돼 있다. 단장이나 그 밑의 직급이 파견돼 관찰하는 게 관례다. 메이저리그는 선수 영입에 관한 부분을 단장이 책임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검증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스카우트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고 해서 류현진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뜨겁고, 평가가 아주 높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스카우트들의 립서비스에 혹하지 않고,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한다. 특히 류현진은 완전한 FA가 아니라 구단의 동의하에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류현진 개인의 몸값이 아니라 구단에서도 실익을 면밀하게 따져야 할 일이다.
▲ 한화의 동의 가능할까
가장 중요한 칼자루는 류현진의 소속팀 한화가 쥐고 있다. 한화의 동의가 없다면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나갈 수 없다. 한화가 공식적으로 협상의 창구를 열어야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교섭이 가능하다. 류현진이 이미 메이저리그 진출에 마음을 굳혔지만 가장 중요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한화는 '시즌이 끝난 뒤 생각해볼 문제'라며 원론적인 입장으로 신중한 모습이다.
한화에서 류현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설명할 필요 없다. 한 예를 들자면 지난해 한화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류현진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즉시전력 4~5명을 얻는 것도 리빌딩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구단 내부의 토론 중 나온 이야기가 밖으로 새나가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류현진은 한화의 얼굴이고, 구단에서도 쉽게 놓아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팀 전력적으로도 손실이 크다. 류현진은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이고 한화의 절대 1선발이다. 여전히 투수진이 약한 한화에서 류현진이 빠지면 전력 손실이 막대하다. 올해 최근 4년간 3번째 꼴찌가 유력한 한화로서는 절대 에이스가 빠진 채 내년 시즌을 맞는 게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내년은 새 감독 체제로 출범할 첫 해다. 전력과 흥행에서 절대 에이스가 꼭 필요하다.
▲ 철저한 비즈니스적 판단
프로는 비즈니스다. 한화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류현진을 보내주는 건 쉽지 않다. 한화도 뭔가 얻어야 류현진을 보내줄 수 있다. 프로는 철저한 비즈니스이고, 비즈니스적인 판단에서 움직인다. 류현진은 "몸값도 크게 상관없고, 특별히 선호하는 팀도 없다"며 메이저리그 진출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지만, 한화 구단으로서는 류현진을 보내며 얻을 수 있는 포스팅 금액이 과연 류현진이 잔류시켰을 때보다 이득이 많을지를 우선적으로 고심해야 한다.
모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한화 구단에서 류현진을 놓아주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팀이 이렇게 무너져 있는데 에이스까지 보내기 힘들다. 합리적으로 봤을 때에도 한화가 놓아줄 이유는 없다. 한화는 류현진이 없으면 안 된다"고 냉정히 분석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류현진이 FA가 된 후 떠나면 한화가 얻을 게 없다. 2009년 김태균·이범호 사례도 있다. 한화가 내년에 당장 우승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포스팅 금액으로 FA를 영입할 수도 있다. 잃을 것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적인 판단은 결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내리게 될 것이다. 만약 한화가 협상 창구를 열게 된다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류현진에게 얼마나 투자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구단과 선수 그리고 야구계 여론이 수긍할 만한 금액이 나온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은 급물살을 탈 것이다. 그러나 반대가 된다면 구단과 한국프로야구의 이미지 손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류현진의 의욕 저하와 목표 상실도 우려할 수 있다. 비즈니스적 판단에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 중요한 건 류현진 본인이 "실패를 해도 괜찮다"며 도전 자체에 의지를 갖고 있고, 구단에서는 최소한 기회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