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았던 20-20클럽’, 올해는 열릴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04 08: 09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클럽’은 최근 개점휴업 상태였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파리만 날렸다. 그러나 올해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홈런-20도루의 동시 달성을 의미하는 ‘20-20’은 프로야구 출범 이래 총 33차례 나왔다. 1989년 김성한(당시 해태)을 시작으로 22명이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2009년 클락(당시 히어로즈) 신명철 강봉규(이상 삼성)가 20-20을 달성한 이래 아직까지 클럽의 문턱을 넘은 선수가 없다. 2003년 이종범(당시 KIA)과 2007년 양준혁(당시 삼성) 사이 이후 가장 긴 공백기다.
20-20이 어려워진 것은 한국프로야구 수준의 향상과 관련이 있다. 기본적으로 20홈런과 20도루 중 하나라도 달성하기가 어려워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20홈런 이상을 친 선수는 네 명에 불과했다. 20도루 이상은 13명이었다. 이런 빈약한 표본에서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투수들의 능력 향상도 20-20의 출현이 더딘 이유다. 유망주 자원들이 대거 마운드로 몰리면서 타자들이 설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견제 동작도 좋아졌다. 웬만한 발 가지고는 베이스를 훔치기가 어려운 시대다. 현역시절 ‘대도’로 불렸던 전준호 NC 코치는“우리 때보다 지금이 도루하기가 더 힘들다. 배터리의 견제 능력이 훨씬 더 좋아졌다”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홈런타자에게 굳이 도루를 요구하지 않는 트렌드도 20-20클럽의 문턱을 높인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기록 달성자 배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일단 유력한 후보가 있다. 넥센 강정호(25)다. 강정호는 지난 8월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74일, 49경기 만에 나온 홈런이었다. 홈런에서 기준을 충족시킨 강정호의 다음 과제는 도루다. 강정호는 3일 현재 16개의 도루를 기록 중이다.
사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강정호를 20-20의 후보자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 프로 6년 통산 도루가 12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20도루 고지에 다가서고 있다. 
남은 경기에 모두 뛴다는 가정 하에 강정호는 산술적으로 올 시즌 20개 정도의 도루가 가능하다. 그러나 선수 스스로가 20-20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도루 페이스는 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르면 다음주 중 카운트다운에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강정호 외에 다른 후보자가 마땅치 않다는 것은 아쉽다. 시즌 전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불렸던 최정(25, SK)은 19홈런-13도루에 머물고 있다. 8월 3일 이후 한 달째 침묵하고 있는 홈런은 그렇다 치더라도 20도루가 어려워 보인다. 홈런 부문 선두인 박병호(26홈런)도 13개의 도루를 기록 중이지만 많이 뛰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결국 20-20 클럽의 재개장은 강정호에게 달린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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