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서울 청담동 구찌 장인시연회 ‘아티잔 코너’에 가보니

1921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탄생한 패션잡화 브랜드 ‘구찌(Gucci)'는 지난 31일 서울시 청담동에 위치한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이탈리아 장인 4인을 직접 초청해 피렌체 까셀리나 공방을 그대로 재현하는 ’아티잔코너(Artisan Corner)'를 열었다.
구찌라는 브랜드는 일반인들에게 ‘비싼 가격’의 대명사다. 이번 행사에서 ‘명품이 왜 명품인지’, 그 가격의 진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탐방을 시작했다.
행사는 공방현장에 온 듯 널려있는 각양각색의 가죽과 스케치, 도구들이 즐비한 가운데 진행됐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구찌의 역사는 물론 직접 이탈리아 장인이 직접 손으로 지갑과 핸드백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익한 자리였다.
또한 현장에서 나눠 준 컵케이크에는 구찌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핸드백의 모양이 그대로 토핑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 가격의 진실 ① : ‘손’으로 만든 가방

이탈리아 장인의 시연회는 3분의 1가량 세공을 마친 후의 것으로 준비됐다. 전체적인 제작과정을 주도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예상이 빗나간 순간이었다.
하지만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전 과정을 함께하기 위해선 2박 3일간 이탈리아 장인과 함께 합숙을 해야만 한다. 실제로 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구찌 공방 ‘까셀리나’에서는 각자의 장인이 하나의 가방을 맡아 약 이틀간은 오로지 그것에만 매진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두 시간 가량 이탈리아 장인이 가죽을 두드리고, 손으로 정성스럽게 매무새를 잡는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으며, 현장에서 완성된 가방을 당장 구매하겠다고 나서는 이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현장에서는 장인이 금으로 소비자의 이니셜을 제품에 새기는 엠보싱 작업과 아티잔 코너가 진행된 장소와 일자가 새겨진 라벨을 부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상에 단 하나 뿐’이라는 수공예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 가격의 진실 ② : ‘역사’가 담긴 가방

‘아티잔코너’에서는 이탈리아 장인의 시연회 뿐 아니라 구찌의 아이코닉한 제품 ‘재키백’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재키 스페셜 디스플레이’도 한켠에 마련됐다.
재키백은 1960년대 초반에 탄생한 핸드백이다. 미국의 전 영부인이자 세계적인 패션아이콘 ‘재클린 오나시스(Jacqueline Onassis)가 가장 사랑하고 애용했던 핸드백으로, 그의 애칭을 따 ‘재키’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따라서 현장에서는 그 시대를 풍미했던 ‘오리지널 재키백’부터 지난 2009년에 새롭게 리뉴얼을 마친 ‘뉴재키백’까지 엿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1940년대 후반 2차 대전 직후 선보였던 독특한 형태의 대나무 핸드백으로 유명한 ‘뱀부’, 1960년부터 구찌의 시그니처 'GG'를 패턴화하여 패브릭, 캔버스 등 지속적으로 새로운 소재를 입힌 'GG 백', 1975년 승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스터럽 백'과 최근 새롭게 리뉴얼 된 '소프트 스터럽백' 및 지갑 등 구찌의 역사를 함께해 온 대표적인 제품과 조우할 수 있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소비자보다 많은 나이를 자랑하는 구찌 백의 역사와 품격 또한 ‘명품’이라는 명성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가격의 진실 ③ : ‘시간’에 지지 않는 가방

이번 ‘아티잔 코너’ 행사를 마치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손맛’이다. 옛 우리나라에서도 김치나 장을 담굴 때 ‘어머니의 손맛’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여기에 역사가 입혀지고, 각양각색의 트렌드가 쏟아져 나옴에도 늘 그 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나무의 뿌리처럼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애용한다는 바로 ‘그 명품’의 비결을 엿볼 수 있었다.
어쩌면 여전히 손맛을 추구하는 구찌의 철학은 SPA형 브랜드가 등장하는 이 시대와 어울리지 않을 수 있겠다. 그럼에도 ‘그 비싼’ 구찌가 사랑받는 이유는 어머니의 밥상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듯이, 이른바 ‘명품’은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는 또한 비싼 가격의 이유이기도 하다.
구찌를 비롯해 ‘명품’임을 자부하는 브랜드의 제품들은 ‘변신’을 많이 하지 않는다. 때문에 하나를 장만해두면 굳이 새로운 제품을 계속해 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손맛’이 밸수록 ‘빈티지’라는 새로운 가치가 붙는다.
유행을 타지 않는 제품의 품격이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짧은 시간의 ‘아티잔 코너’와 그 전시품들은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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