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찬호,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9.04 17: 19

"감독님,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한화 한용덕(47) 감독대행은 지난 2일 대전 KIA전 마친 뒤 한 통의 모바일 메신저를 받았다. 발신자는 '코리안특급' 박찬호(39). 이날 박찬호는 3이닝 9피안타(2피홈런) 2볼넷 1사구 1탈삼진 7실점으로 한국 데뷔 이후 최소이닝으로 조기 강판당했다. 한화도 2-13으로 무기력하게 대패하며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에서 처음으로 졌다.
팀의 시즌 첫 4연승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한용덕 감독대행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한 자책감에 박찬호가 직접 죄송한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두산과의 홈경기가 우천 연기된 4일 대전구장. 한용덕 감독대행은 오히려 그런 박찬호에게 고마워했다. 한용덕 대행은 "찬호가 많이 미안해 하더라. 하지만 그 마음만으로도 난 정말 고맙다"며 "찬호가 후배들을 다독여주고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팀에는 큰 도움이 된다. 찬호 같은 고참 선수들이 있다는 게 나에게는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찬호의 존재감 자체가 승패를 떠나 팀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그러나 최근 부진에 대해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았다. 한 대행은 "찬호가 부상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있다 보니 피로가 누적됐고 회복력이 많이 떨어져있다. 등판 간격을 길게 여유를 줘 충분하게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한다. 최근 몇 경기 계속 좋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빠리 내보낼 필요는 없다"며 "앞으로 2~3경기 나온다고 해도 찬호를 무리시키지 않을 것이다. 윤근영과 유창식이 대신 로테이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찬호가 체력도 체력이지만, 심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듯하다. 앞으로의 진로도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메이저리거 출신이기 때문에 내가 감히 조언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도 나이를 들며 겪었던 과정이 있기 때문에 찬호에게 보완해야 할 부분도 이야기했다. 찬호도 그걸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한 대행은 "찬호의 체력이나 근육은 40대가 아니라 30대 초반이다. 하지만 나이가 있기 때문에 회복력은 예전만 못하다. 훈련 방법이나 투구 템포를 조절해서 체력을 세이브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찬호는 평소 훈련을 정말 열심히 하는데 그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아껴서 당일 경기 때 최대한으로 잘 쏟아낸다면 더 좋은 피칭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용덕 감독대행의 따뜻한 배려 속에 지친 박찬호도 반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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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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