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첫 공개, 보편적 주제를 김기덕스럽게 풀다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12.09.04 16: 55

김기덕 감독의 열여덟 번째 작품 ‘피에타’가 베일을 벗은 가운데, 현대 자본사회의 어두운 이면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김기덕스럽게’ 풀어낸 수작이라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피에타’는 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가지고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2008년 ‘비몽’ 이후 4년만에 내놓은 김기덕 감독이 내놓은 극영화인 ‘피에타’는 전작들보다 분명해진 주제 의식으로 어찌보면 김기덕 감독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다. ‘돈’이면 뭐든 되는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비극을 다루는 ‘피에타’는 대중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

하지만 영화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적인 면에서 여전히 김기덕다운 색채로 가득하다. 김기덕 감독은 돈이라는 굴레에 갇혀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모습을 사채 청부업자 이강도(이정진 분)와 채무자들 사이의 비정한 관계로 묘사하며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채무자들이 돈을 갚지 않으면 기계로 손을 절단시키거나 높은 건물에서 밀어 보험금을 타 빚을 갚게 하는 잔인한 수법들로 표현된 자본주의 사회의 극단적인 면면들은 관객들에게 ‘과연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채무자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강도를 향해 “천벌을 받을 거다”, “넌 꼭 불에 타 죽는다”라며 등 뒤에서 저주를 퍼붓지만 강도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 없는 강도에게는 “너도 엄마가 있을 것 아니냐”는 채무자의 마지막 절규도 소용없다. 영화의 제목이자 주제를 관통하는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지만 누구에게도 사랑받아 본 적 없는 강도에게 자비란 없다.
닭, 토끼, 생선 등 음식 재료들도 날 것 그대로를 선호하는 강도의 모습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실제로 가족, 사랑이라는 개념을 모른 채 30년을 살아온 강도는 인간이라기보다는 길거리에 내버려진 동물에 가깝다.
하지만 강도는 어느 날 자신 앞에 나타난 ‘엄마’라는 여자(조민수 분)를 만나며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널 버려서 미안하다”며 무릎 꿇고 사죄하는 여자를 향해 “내 이름 부르지도 말라”며 손찌검을 일삼던 남자는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며 집작한다.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며 “다시 혼자가 되면 못 살 것 같다”며 매달리는 것도 강도다.
영화를 보고난 뒤 찝찝함인지 먹먹함인지 모를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는 극악무도했던 강도가 어머니라는 존재를 만나며 변화하는 과정들은 돈이 전부가 아님을 역설한다. 더불어 한국이 IT강국으로 성장하기 까지의 중요한 산실이라고 여겨지는 청계천이 철거될 수밖에 없는 현실과 함께 살 터전을 잃게될 노동자들의 비극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며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돈의 의미를 다시금 묻는다.
제69회 베니스 영화제 국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피에타'는 4일 오후(한국 시각) 공식 상영을 앞두고 있다. 언론 시사회를 통해 '피에타'를 먼저 접한 현지 취재진은 '피에타'를 올해 황금사자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하며, 배우 조민수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 진출은 2000년 '섬', 2001년 '수취인 불명', 2004년 '빈 집'에 이어 4번째로, '빈 집'으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장했던 김기덕 감독이 다시 한 번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에는 오는 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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