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이 어떻게 해야 100%의 공을 던질 수 있을지, 투수들의 마음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고 싶다.”
후반기 LG의 주전 포수를 맡고 있는 윤요섭(30)은 중고참급의 나이지만 포수 경력으로선 신예에 가깝다. 충암고-단국대를 졸업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나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해 해병대에 입대, 전역 후 2008년에나 겨우 SK에 신고선수로 등록됐다. 2008시즌 중반 등록선수가 됐지만 작년까지 1군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선발로 출장한 경험은 4경기에 불과했다. SK에선 포수 불가 판정을 받았고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에는 주로 지명타자나 대타요원으로 출장했다.
포수 능력에는 물음표가 붙었지만 타격에는 남다른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장타력을 갖춘 우타자 부족했던 LG에선 상대팀 좌투수 공략을 위한 지명타자나 대타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결국 윤요섭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1루 수비 연습에 돌입하며 자신의 타격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하지만 도저히 포수 자리에 대한 미련을 놓을 수 없었다. 1군 그라운드에서 배트를 잡는 순간에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자신을 상상해온 윤요섭은 김기태 감독과 면담을 통해 다시 포수 마스크를 챙겼다. 팀 내 유일한 베테랑 포수였던 심광호의 부상으로 주전포수 자리가 무주공산이 된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윤요섭은 어느덧 20경기 이상을 주전 포수로 출장 중이다.
김기태 감독은 윤요섭과의 면담을 회상하며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하는데 그 자리에서 안 된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며 “어찌되든 후반기 30경기 정도는 주전 포수로 기용해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려고 한다. 물론 포수로서 수비능력에선 경쟁자인 (김)태군이나 낫다. 그래도 계속 포수로 나서면서 실력이 느는 게 보인다. 시즌 끝까지 지켜볼 생각이다”고 윤요섭이 자신 앞에서 보여준 포수 자리에 대한 절박함을 믿기로 했다고 전했다.
물론 프로 1군 포수 자리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윤요섭은 기본적인 포구부터 시작해 블로킹, 투수리드, 1루 송구, 땅볼타구 대처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블로킹에 애를 먹자 함께 호흡을 맞추는 투수들은 바운드성 변화구를 던지기가 두려워졌고 투구 패턴을 단순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상대 타자의 상황에 맞게 투구 패턴에 변화를 주는 데에도 능숙하지 못했고 번트 타구나 뜬 공에 대한 대처도 늦었다. 그야말로 좌충우돌하며 시련을 겪었고 상대팀들은 윤요섭에서 발생하는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윤요섭은 올 시즌 혹독하지만 어느 때보다 포수로서 1군 무대를 많이 밟고 있는 것에 대해 “그저 감독님께 감사할 뿐이다.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 밖에 안 든다. 지금부터 내년 스프링캠프 때까지 정말 잘 준비해야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실질적으로 처음 1군 포수를 보면서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우리 팀 투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가장 힘들다. 가령 스트라이크를 먼저 두 개 잡았다면 이 투수가 자신감이 있어 계속 공격적으로 리드해야 하는지, 아니면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기 때문에 한두 개 빠지는 공을 주문해야할지 모르겠다. 투수마다 고유의 스타일을 알고 투수의 생각을 알면 경기를 마음대로 풀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잘 안 된다”고 밝혔다.
최근 윤요섭은 꾸준히 투수들과 의사소통에 임하며 팀 내 모든 투수들의 성향을 파악 중이다. 외국인 투수인 레다메스 리즈에게도 직접 다가가 짧은 영어로 리즈로 하여금 보다 편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포구 자세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기본적으로 투수에게 리드를 맡기고 있지만 상대 타자에 대한 분석은 포수 몫이기에 무조건적으로 투수의 리드에 의존할 수도 없는 일. 즉 포수로서 우리 팀 투수와 상대 타자를 모두 알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윤요섭은 궁극적으로 투수가 100%의 공을 던지도록 유도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투수가 비록 안타를 맞더라도 자신의 공을 던졌기에 배터리가 함께 후회가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윤요섭은 “투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의 100%의 공을 던지게 할 수 있을지 알고 싶다. 투수가 자신의 공을 던진다면, 점수를 내주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는다. 포수로서 투수가 자신이 지닌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포수로서 자신의 목표를 드러냈다.

김기태 감독과 윤요섭 모두 어쩌면 무모한 도전에 임하고 있는지 모른다. 20대 초반 포수들 대신, 30세 포수에게 성장을 위한 1군 선발출장의 기회를 주는 것은 윤요섭이 제대로 된 포수로 성장하지 못할 경우, 커다란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포수로서는 고전하고 있지만 타석에서는 올 시즌 3할2푼3리로 팀 내 최고 타율을 기록 중이다. 도루저지율도 4할9리로 높다. 지난 겨울 14년 주전포수의 FA이적으로 센터라인의 중심을 잃어버린 LG가 윤요섭을 통해 다시 중심을 세울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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