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박병호, 이승엽의 전설에 도전하려면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9.06 12: 49

“기술이나 유연성은 (이)승엽이보다 아직 떨어지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박)병호가 앞으로 더 좋아질 것”
넥센의 박흥식 타격코치가 9월 4일 현재 26개의 홈런으로 홈런더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병호(26)에 대한 평가입니다.
삼성의 이승엽(36)은 지난 2003년 6월 22일 대구 홈구장에서 벌어진 SK와 경기에서 8회 솔로 홈런을 터뜨려 개인통산 300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이승엽의 300 홈런은 26세 10개월만에 세워진 것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보다 10개월, 일본의 왕정치보다는 5개월여 앞선 세계에서 가장 빠른 300호 달성 대기록이었습니다. 이날 이승엽은 또 4-4 동점인 9회말 만루 찬스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끝내기 홈런을 터뜨려 진기록을 자축했습니다.

이승엽보다 열살 아래인 넥센의 홈런타자 박병호가 이승엽의 대기록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프로야구 홈런왕 계보는 출범 첫 해 1982년에 김봉연(해태)이 22개(당시 팀당 80경기)를 날려 첫 타이틀을 따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부터 삼성 포수 이만수(현재 SK 감독)이 3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이만수와 85년에 공동 홈런왕을 차지한 김성한(해태)이 85년과 88년, 89년에 세차례 홈런왕을 획득했습니다. 김성한은 88년에 30개의 아치를 그려 처음으로 30개 이상을 넘겼습니다. 신고선수 출신의 장종훈(빙그레)은 90~92년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는데 92년엔 처음으로 41개(당시 팀당 126게임)를 날렸습니다.
그리고 97년에 프로 데뷔 3년째인 이승엽이 21살의 역대 가장 어린 나이로 32개를 쏘아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이승엽은 99년에는 최초로 54개(당시 팀당 132경기)를 날린데 이어 2001년부터 3년 내리 홈런왕에 올라 개인 통산 5번의 최다 홈런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특히 2003년엔 일본의 왕정치를 넘어서는 56개를 넘겨 아시아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국민타자’라는 애칭이 붙은 이승엽을 이을 거포로 등장한 이대호(롯데)는 2006년에 26개로 홈런왕을 획득하고 2010년엔 44개로 2위 최진행(한화)에 12개 차이로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해는 전반적인 홈런 가뭄 현상 속에서 최형우(삼성)가 30개로 홈런왕에 올랐습니다.
올해도 홈런 숫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박병호는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서 두개의 홈런 등 4타수 2안타 5타점을 기록하며 시즌 26홈런, 87타점째를 기록, 홈런과 타점 두 부문에서 선두에 올라섰습니다. 홈런은 8월 7일 광주 KIA전 이후 25일만에 쳐냈고, 올 시즌 세번째 멀티홈런이며 그동안 타점 선두 박석민(삼성)의 85타점을 제친 것입니다.
4일 현재 홈런 순위는 박병호에 이어 박석민이 4개 차이로 2위인데 25경기가 남은 박병호는 산술상 6개를 더 날릴 것으로 추정돼 32개가 가능합니다.
박병호는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날려 주목을 받으며 2005년 LG에 입단해 '미래의 홈런왕'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네 시즌동안 26개의 홈런에 그치고 지난 해 중반 넥센으로 트레이드 됐습니다. LG에서 주전경쟁에서 밀리고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바람에 빛을 보지 못한 그는 넥센에 와서는 김시진 감독이 그의 능력을 보고 붙박이 4번타자로 꾸준히 내보내면서 숨어있던 장타력이 폭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승엽이 2004년에 일본에 가기 전 삼성에서 그를 지도했던 박흥식 코치는 “4번에 고정 시키니까 심리적으로 안정돼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작년에는 LG와 여기 와서 홈런 13개에 타점은 31점이어서 올해는 홈런 20개에 타점은 80점 정도를 기대했는데 체력이 워낙 강해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놀라워합니다.
박흥식 코치는 “올해 홈런왕은 큰 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가능할 것 같고 내년에는 더 잘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하고 “그러나 (이)승엽이보다 기술에서 미흡하고 아직 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홈런은 힘으로 치는 게 아니라 타격시 부드러운 움직임에 힘을 모았다가 때려야 하는데 (박)병호도 그 점을 알고 노력하고 있다”고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 코치는 “체력이나 파워는 (이)승엽이보다 (박)병호가 강하다고 본다”면서 “정신적으로도 강해져 항상 긍정적이고 성실해진데다 예의도 발라 앞으로 수년간 홈런왕은 무난할 것 같다”고 박병호가 이승엽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박병호가 앞으로 세 차례 홈런왕을 차지할 것은 유력해 보이고 이승엽의 다섯번 타이틀 획득도 도전해볼만합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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