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전환' 이용찬-바티스타, 누가 오래 버틸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9.05 10: 43

마무리 출신 두 선발 투수의 대결. 선발로 나서야 하는 만큼 구종 선택 폭을 넓혀 타자와의 수싸움 우위를 최대한 오래 가져가야 하는 특명을 받았다. 두산 베어스의 젊은 에이스 이용찬(23)과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2)의 5일 선발 맞대결은 누가 얼마나 더 오래 버티는 지 여부가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용찬은 올 시즌 21경기 9승 9패(2완투패, 4일 현재) 평균자책점 2.92로 강해진 두산 선발진의 주축으로 우뚝 섰다.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거듭된 난조로 인해 2군행 후 선발로 전환한 바티스타는 39경기 2승 4패 8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31을 기록 중으로 선발 성적만 따지면 5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2.73으로 뛰어나다.
둘의 공통점은 마무리로 한국무대 커리어를 시작해 현재는 선발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장충고를 졸업하고 1차 우선 지명 입단한 이용찬은 첫 해 팔꿈치 수술로 1년을 쉰 뒤 이듬해 어깨 부상으로 1군 8경기 출장에 그쳤다. 이후 2009시즌 이용찬은 그 해 26세이브를 올리며 롯데 존 애킨스와 공동 구원왕좌에 오른 뒤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2010년까지 통산 51세이브를 올린 이용찬은 지난해 5월부터 두산 선발진에 가세해 좋은 성장세를 보여주는 중이다.

오넬리 페레스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지난해 한국 땅을 밟은 바티스타는 지난 시즌 27경기 3승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하며 한화의 후반기 돌풍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었다. 무릎까지 닿는 긴 팔을 바탕으로 강력한 팔 스윙에서 비롯된 최고 159km의 광속구가 타자들에게 '알고도 못 친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직구 제구가 확실히 되지 않아 마무리로 고전한 뒤 선발로 전환해 다시 존재 가치를 빛내고 있다.
투구 내용은 약간 다르다. 이용찬도 마무리로 뛰던 당시 최고 153km의 빠른 직구를 던지던 투수였으나 선발 전환 후에는 빠른 공보다 정명원 코치로부터 사사한 포크볼을 앞세워 기교파의 면모도 물씬 풍기는 중. 최근 들어 피홈런 개수가 많아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129⅓이닝 동안 5개의 홈런 만을 상대에게 내준 이용찬이다. 반면 바티스타는 강력한 광속구를 바탕으로 선발 26⅓이닝 동안 25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광속구 선발 투수다.
자신처럼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한 바티스타와 관련해 이용찬은 "마무리투수가 갑작스레 선발로 전환하면 사실 한 타순을 넘어갔을 때 어떤 공을 던져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라며 선발 적응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마무리는 연투를 하지만 타자와 한 경기에서 두 번 이상 맞붙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선발 투수는 1~3회 처음 상대했을 때와 두 번째 만났을 때 똑같은 투구 패턴을 고수할 수 없기 때문에 직구 외에도 다른 구종의 구사력도 중요시 된다. 투수로서 경기에 집중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하는 만큼 그에 대한 체력 소모도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 이용찬의 이야기였다.
결국 기본적인 구위는 물론 타자의 수를 넘어서는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최대한 긴 이닝을 버텨야 5일 대전 경기의 승자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용찬과 바티스타의 선발 서바이벌. 경기 종료와 함께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웃는 투수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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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찬-바티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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