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PD들이 자꾸만 시청자들과 친해지고 있다. 이미 유명한 스타 PD로는 KBS 나영석 PD와 MBC 김태호 PD, KBS 출신 CJ E&M 이명한 PD가 꼽힌다. 알려진 대로 이명한 PD와 나영석 PD는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을 출범시켜 국민 예능의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들. 김태호 PD 역시 土 예능 절대 강자인 MBC '무한도전'을 2006년부터 이끌며 멤버들 못지않은 팬덤을 갖고 있는 유명인사다.
여기에 나영석 PD가 떠난 '1박2일'의 시즌2 선장이 된 최재형 PD와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출신이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성공시킨 신원호 PD가 최근 들어 새롭게 스타 PD 대열에 합류하는 조짐이다. 최재형 PD와 신원호 PD는 오랜 시간 KBS 예능국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호형호제한 절친이자 지금은 비록 다른 둥지에 살지만 새로운 도전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리며 관계자들은 물론 시청자들 사이에서 애정 받는 연출자가 됐다.
최 PD는 일명 '새 PD'(생김새가 새를 닮았다는 의미에서)란 애칭(?)으로 불리며 김승우에게 '디비디비딥' 게임을 연패하고 '바보 캐릭터' 김종민을 상대로 오목도 패하면서 의외의 허당, 바보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 신 PD는 KBS를 떠나 CJ E&M으로 이적 후 첫 작품인 '응답하라 1997'로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1997년의 복고 감성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따뜻한 감성으로 어루만지는 그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 결과다. 작품이 인기를 끌다보니 시청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만든 사람이 누구야'로 옮겨갔고 주인공 서인국 정은지 등에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조연출 경력부터 따지고 보면 이미 오랜 노하우를 갖춘 베테랑들이다. 이제와 새삼 주목받는 것이 이상할 만큼 능력 있는 PD들이지만 과거 몇몇 드라마 PD들에게만 쏠리던 찬사가 이제는 예능 연출자들에게로까지 옮겨온 것은 고무적인 성과다. 전면에 나선 배우나 출연자를 넘어 웰메이드 프로그램을 만든 연출자나 작가의 역량에 주목하고 이들의 캐릭터까지 꿰뚫고 싶은 대중의 욕구가 늘어났단 얘기다. 예능 역시 드라마를 만드는 것만큼 공이 들어가지만 늘 그 가치가 폄하되고 웃음거리로만 치부되던 케케묵은 관념을 뚫고 예능 출신 PD가 드라마도 만들고 영화도 내놓는 시대가 됐다.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시청자 혹은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호흡하며 작품의 인기를 견인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한 예능국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출연자나 제작진에 대한 세간의 인식도 눈에 띄게 변하는 느낌"이라며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같은 국민 MC들이 장수하고 있고 예능 프로그램이 다양화되고 질적 향상을 추구하면서 예능 마니아들도 늘어났다. 이러한 가운데 예능 PD 역시 드라마나 영화 못지않은 다양한 역할과 능력을 구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또한 누구보다도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동물적 감각과 단련된 기술을 모두 갖춘 스타 PD들이 대중의 관심까지 모으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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