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극 '골든타임'이 현실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응급실을 배경으로 생과 사를 다루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골든타임'에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완벽한 비주얼에 최고의 '스펙'과 능력을 갖춘 주인공이 한명쯤 등장할 법도 하지만 이 드라마에 그런 인물은 없다.

최인혁(이성민)은 병원일 밖에 모르는 캐릭터로, 환자를 살리는 것만큼은 세종병원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외에 일에서는 서툰 모습을 보여준다.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동료 은아(송선미)에게도 툴툴거리만 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인물.
이민우(이선균) 역시 평범함이 무기(?)인 인물. 한량으로 사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무능으로 어린 환자가 죽음을 맞는 것을 경험하고 인턴이 되기로 한 인물이다. 주인공답게 멋진 의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법도 한데, 여전히 '인턴 나부랭이' 중 한명.
아직도 수술실에서 긴장과 두려움을 동시에 드러내며 실수를 연발한다. 주변에 흔히 있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연민을 자아낸다.
극 중 가장 비현실적인 인물(?)은 장재인(황정음). 하지만 병원 이사장 손녀의 신분에도 여타 드라마의 재벌딸같은 화려함은 없다.
양다리 걸친 남자친구에게 차이는가 하면, 슬리퍼에 피 묻은 의사 가운을 입고 다니며 오히려 이사장 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는 인물.
은아 역시 일에서만큼은 철저한 커리어우먼이지만, 최인혁과 약혼자 사이에서 감정의 갈등을 겪는 캐릭터다. 드라마 주인공답게 용감하게 사랑을 택하기보다 현실의 약혼자에게 안주하는 캐릭터다.
이외에도 병원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현실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의사의 사명에 투철하기보다 줄을 잘 서서 출세하고,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벌이는 해프닝은 그래서 웃음과 함께 때때로 씁쓸함을 안긴다.
'골든타임'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화려하고 사명감 넘치는 의사들의 모습보다 우리와 같은 찌질한 모습들에 공감과 연민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조금씩 나아지고 성장하려는 그들의 모습에 공감의 박수를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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