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을 들었다가 와인드업 시 멈춤 동작을 갖고 던지는 투수. 여기에 4회말에는 시선을 2루에 향한 뒤 투구하는 보크 투구폼까지 보여줬다. 대한민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이 대만 선발 훙신츠의 변칙투에 타이밍을 잡지 못하며 초반 기선제압에 실패, 결국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제25회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2라운드 대만과의 경기에서 연장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끝에 3-7로 패하고 말았다. 이날 대만 선발로 나선 훙신츠는 5⅓이닝 동안 5피안타(탈삼진 4개) 2실점을 기록했다. 6회말 뒤를 이은 청쩐훠의 보크로 2-2 동점이 되며 선발승에는 실패했다.
기록 상으로는 호투로 볼 수 있었으나 사실 경기 내용을 보면 ‘심판진은 뭘 했나’ 싶을 정도로 투구폼의 변칙 동작이 컸다. 기본적으로 훙신츠는 주자가 없을 때 오른발을 살짝 들었다가 반동을 주는 식으로 왼발을 올렸다가 멈춘 뒤 던졌다. 왼 무릎을 멈췄다 던지는 투구폼은 얼핏 서재응(KIA), 오승환(삼성)과도 비슷했으나 훙신츠의 경우는 그들보다 좀 더 오래 멈춘 뒤 던지는 인상이 짙었다. 서재응, 오승환의 경우는 멈춤 동작 후 투구폼의 연속성을 확실히 갖고 있기 때문에 부정투구로 간주되지 않는다.

변칙투가 가장 위력을 발휘했던 것은 바로 4회말이었다. 한국은 1사 후 강승호의 안타에 이은 2루 도루로 4번 타자 윤대영(광주 진흥고, NC 4라운드) 타석에서 득점 찬스를 맞았다. 그러나 윤대영의 3루 파울플라이에 이어 이우성(대전고, 두산 2라운드)의 헛스윙 삼진으로 0의 행진이 게속되었다.
이 과정에서 훙신츠는 윤대영을 상대로 투구 동작에 들어간 순간 대놓고 2루를 쳐다본 뒤 투구하는 엄연한 보크성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주심과 1,3루심은 이를 모두 외면한 채 경기를 속행했다. 5회말 훙신츠는 셋포지션에서 암묵적 투구 준비 동작 없이 그대로 공을 던져 이정훈 감독이 그에 대해 항의를 펼치기도 했다. 물론 이 감독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무리 느리다고 해도 직구 130km대는 찰나의 순간 포수 미트에 꽂힌다. 그만큼 투구폼을 교묘하게 이용해 던지는 것은 타자의 히팅 타이밍을 상당히 흐트러뜨린다. 기본적으로 투수와 타자와의 대결에서 기본예의를 해치는 투구로도 볼 수 있던 훙신츠의 변칙투였다.
2000년대 초 지금은 오릭스에 합병 흡수된 긴테쓰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와쿠마 히사시(현 시애틀)도 처음에는 이중투구 동작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앞서 국제야구연맹(IBAF)이 이중투구 동작에 대한 규제를 넣었고 투구폼을 부드럽게 만드는 쪽으로 바꿨다. 이후 이와쿠마는 3~4년 가량 침체기를 겪기는 했으나 간결해진 투구폼으로 2008년 라쿠텐에서 21승을 거두는 등 에이스로 부활했던 바 있다.
언젠가 훙신츠도 대만 리그에서 뛰며 한 팀의 주축 선수가 되고 잘 성장한다면 대만 대표팀에서도 뛸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때도 2루 주자를 주시했다가 던지는 변칙투가 용납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한국 청소년 대표팀이 경기 초중반 대만 투수의 변칙투에 기만당했다는 인상이 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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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